[기자의 눈/8월 27일] 한국패션 '에지 있게' 못하겠니?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에서 옷을 단 한번도 사본 적이 없다고. 과거 ‘폴스미스’ ‘버버리’에 이어 현재 ‘프리마클라쎄’ 아시아 총괄책임자인 스테파노 카우씨 얘기다. 이유는 명쾌했다. 다 똑같단다. 디자인이. 그리고 비싸단다. 그것도 과도하게. 한마디로 ‘그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 그가 한국 패션브랜드에 매긴 성적표였다. 사실 그렇다. 백화점에 가보면 국내 패션디자인은 하나같이 똑같다. 브랜드 정체성이라는 게 없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 패션쇼가 끝나기 무섭게 디자인을 베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가 뜨면 모두 같은 스타일로 브랜드 콘셉트를 바꿔버린다. 브랜드 콘셉트가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브랜드 콘셉트는 없지만 브랜드 가격대는 있다는 것. 일단 대개의 국내 브랜드들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본다. 높은 백화점 수수료도 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고가정책만큼 훌륭한 전략이 없기 때문.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알고 있다. 때문에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이 있는, 즉 ‘에지 있는’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같은 돈으로 굳이 천편일률적인 국내 패션브랜드를 사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즉 타임ㆍ구호 대신 띠어리(Theory)ㆍDKNY 등 수입브랜드에 더 열광하고 국내 영패션브랜드 대신 유니클로에 끌리는 것이다. 결국 국내 브랜드들은 주요 백화점 가을 개편에서 대거 퇴출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패션은 ‘마약(drug)’이라고 했다. 쇼퍼홀릭들은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패션에 열광한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주인공 캐리는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샤넬’ 옷에 한다. 에지녀에게는 가까이 있는 ‘샤넬’이 멀리 있는 ‘신’과 같다는 뜻이다. 전세계 여성들을 ‘중독’시키고 ‘신격’의 경지에 오른 샤넬의 힘은 바로 창의성이었다. 직선라인의 ‘샤넬 수트’로 여성들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것도, 장례식 컬러 ‘블랙’을 클래식의 우아한 색으로 ‘승격’시킨 것도 샤넬이다. 한국 패션브랜드에 묻고 싶다. 샤넬처럼 ‘에지 있게’는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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