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이대희 효산의료재단 대표

공학도 꿈꾸다 부모 뜻 받아들여 의사의 길로
병원 경영 8년만에 1000병상으로 성장했죠
재단 대표이자 혈액종양내과장 맡아 매일 환자 진료
안양샘병원 - 심·뇌혈관, 지샘병원 - 암 치료 특화
지역 거점 병원 넘어 글로벌 의료기관 도약 할 것

이대희 대표이사가 지샘병원에서 치료 중인 한 입원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1980년대 중반 꽤 공부를 잘하던 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대입을 앞두고 이 학생은 그 시절 우등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전자공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하는 공학도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과 의사였던 아버지와 산부인과 의사였던 어머니가 "의학이야말로 그 어느 학문보다 새로운 발전이 필요한 분야"라며 의사로서 대를 잇기를 원했다. 그는 고민 끝에 부모의 뜻을 받아들여 의사가 됐고 부모가 25병상으로 시작했던 동네의원을 1,000병상이 넘는 경기 남부 지역의 대표 병원으로 키워냈다. 샘병원을 운영하는 효산의료재단을 이끌고 있는 이대희(47·사진) 대표이사의 얘기다.

효산의료재단은 안양샘병원과 샘여성병원·샘한방병원 등 경기권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이다. 효산의료재단은 최근 네 번째 병원인 지샘병원을 경기도 군포시에 개원했다.

1967년 샘병원 명예원장이자 이 대표의 모친인 황영희 박사가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를 갖춘 25병상 규모의 안양의원으로 시작한 샘병원은 1972년 이 대표의 부친인 이상택 샘병원 이사장이 원장으로 취임한 후 안양병원으로 승격됐고 현재는 재단 산하에 4개 병원 1,000병상을 갖춘 매머드급 지역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이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구상하고 만들어낸 지샘병원을 암치료에 특화된 병원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새로 문을 연 지샘병원은 암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고통을 덜어주고 행복한 삶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전인치유'라는 개념을 내세운 암치료 전문병원"이라며 "서울의 상급 대학병원에 버금가는 의료기술과 첨단시설로 서울 지역 의료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기여하는 지역병원들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백혈병 등을 다루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인 그는 국립암센터에서 전임의로 일하면서 항암제를 먹고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치료효과를 높이면서도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암환자에게 희망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암치료는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선행되는데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치료에 대한 부작용과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환자들에게 보다 넓은 치료 옵션을 제시해 향상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죠."

2007년 재단의 대표이사를 맡아 본격적으로 병원 운영에 나서면서 안양샘병원에 통합의학암센터를 개설했다. 통합의학암센터는 독일과 프랑스·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통합전인치유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한의학과 서양의학, 보완·대체요법 등과 심리치료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신개념의 암환자 치료법이다. 다양한 전문의들이 팀을 이뤄 최적의 치료계획을 설계하는 '통합진료'와 심리안정 프로그램의 '전인치료', 항암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건강상태를 증진시키는 '면역주치의제도'로 구성돼 있다. 단순한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가 아닌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심신을 안정시켜줘 보다 효과적인 암치료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는 좀더 효율적인 암환자 치료를 위해 안양샘병원의 통합의학암센터를 새로 개원한 지샘병원으로 옮겼다.

"지샘병원은 암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기존의 안양샘병원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 치료에 특화된 병원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심·뇌혈관 질환은 발병 후 얼마나 빨리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지역병원이 장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입니다. 샘병원의 심·뇌혈관 질환 치료 수준은 유명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지샘병원을 개원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기존의 병원들을 운영하기도 벅찬데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새로운 병원을 오픈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는 말이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암치료의 비전을 제시하며 6개월간 아버지를 설득했다"며 "꼼짝도 안 하시던 아버지도 샘병원의 암치료 효과를 경험한 지인들의 얘기를 듣고 고심하신 끝에 겨우 허락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샘병원이 암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시술법인 '라이펙'은 2012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국제온열암치료학회(ICHO)와 2011년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에서 임상 결과가 발표되며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기도 했다.

예상 생존기간이 각각 3.1개월, 5.2개월 정도인 202명의 복막전이로 진단된 환자 중 위암·대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라이펙 시술 후 각각 15.5개월, 19.4개월로 생존기간이 더 길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라이펙은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을 이용해 기존의 항암제를 몸속에 투입한 채로 41~43도의 고온을 가해 암조직을 공격하는 시술법"이라며 "항암제를 직접 침투시켜 암조직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으며 고온을 유지해 항암제의 흡수력을 증가시키면서 기존 전신항암치료와 비교해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암치료법으로 그는 '동맥 내 항암치료'를 도입했다.

체내 항암제 투여방식은 경구복용 또는 정맥 내 항암치료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은 정상세포와 장기에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암세포까지 항암제의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체내에 높은 농도의 항암제를 투여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전신 부작용을 초래해 치료가 더 이상 어려운 환자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동맥 내 항암치료는 혈관 내로 삽입한 카테터를 이용해 암조직이 새로 만들어낸 영양동맥혈관을 찾아 항암제를 주입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치료법이다. 일본 요코하마시의 크리니카이티병원에서 오쿠노 박사팀이 최초로 시행했으며 기존에 정맥으로 주입되던 용량의 10분의1 이하인 소량의 항암제를 동맥혈관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동맥 내 항암치료법은 동맥을 통해 암세포 주변에만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정맥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면역력과 체력적인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조직 감소 및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장암·난소암·유방암 등 암 공급 혈관이 혈관 조영술에서 확인되는 모든 위치의 암조직에 대해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죠."

이 대표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해 1년에 30번 이상 해외출장을 나가기도 한다.

의료재단의 대표이사이지만 병원에서의 직함이 혈액종양내과 과장인 그는 바쁜 병원 행정업무 속에서도 현장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오전에는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 대표의 경영철학은 적정진료에서부터 시작된다.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지양하고 환자 진료시 충분한 면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것을 의료진에게 늘 강조한다. 대형병원에서도 수익 문제로 운영이 어렵다고 잘 알려진 응급의료센터에 7명의 전문의가 상주하도록 하고 암환자를 대상으로 '30분 진료 원칙'을 실행하는 것도 이러한 경영철학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대형병원에 버금가는 실력과 설비를 자랑하는 지역 거점 병원으로 자리매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이대희 대표는

△1968년 경기 안양

△1992년 서울대 의과대학

△2000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 석사

△2000~2006년 안양샘병원 내과 과장

△2006~2007년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임상 교수

△2007년~효산의료재단 대표이사

△2012년~ 암퇴치운동본부 이사

18개국 24개 병원과 네트워크 … 외국인 환자 적극 유치

● 글로벌 병원 계획은

'토털 메디컬 케어' 시스템 구축

임직원 제2 외국어 교육도 강화

이대희 대표의 목표는 샘병원을 단순한 지역 거점 병원을 넘어선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 개원한 지(G)샘병원의 G는 경기도·군포 등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글로벌의 뜻도 담고 있다"며 "해외 병원 관계자들도 샘병원의 암치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종종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한 결과 샘병원은 지난 2011년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2010년 해외 환자 유치실적 종합병원 부문 1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샘병원은 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대만·몽골·중국 등 18개국의 24개 병원과 협력병원을 체결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의료봉사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파라과이·라오스·과테말라·슬로바키아 등 8개의 주한대사관과 협약을 통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의 진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무료진료를 통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의료혜택을 제공해왔다. 또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 각 언어별 전문 코디네이터를 육성해 해외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교통과 관광·숙박 등을 포함한 '토털 메디컬 케어'와 1차 진료에서부터 전문센터의 치료에 이르기까지 유관 부서들과의 긴밀한 협조로 외국 환자들의 전 진료과정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상대적으로 의료 수준이 열악한 러시아·몽골 등 몇 개 국가를 방문해 샘병원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단순히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데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고 '전인적'인 회복을 경험하게 하기 위한 이 대표의 의지가 숨어 있다.

매일 오전에 환자를 진료하는 이 대표는 주로 외국인 암환자를 치료한다. 이 대표는 "외국인 환자의 경우 비용과 보험적용 유무에 상관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치료할 수 있어 좀 더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수년 내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중동 지역, 아프리카, 러시아 등에 샘병원의 의료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최고의 의료진 영입과 최신 치료기기 도입 등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외국인 환자를 대할 때 의사소통으로 인한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제2외국어 교육도 강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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