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20일 대선 후보로서의 첫 일정은 '현충원 참배'였다. 여느 정치인과 다를 것이 없는 장소 선택이다. 하지만 내용이 달랐다. 앞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달리 참배의 폭이 넓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통합의 정치를 펴겠다"고 했던 것을 첫 일정에서 상징적으로 연출했다.
안 후보는 이날 당초 예정시각보다 약 15분여 늦은 오전10시15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과의 협의가 아직 되지 않아 이날 경호를 받지 못한 안 후보는 이동 중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따른 교통정체로 늦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도착 후 보좌진과 함께 곧장 충혼탑으로 향해 헌화ㆍ묵념을 했다. 방명록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후부터 안 후보의 차별성이 드러났다. 그는 학도무명용사탑을 시작으로 박태준 전 총리, 이승만ㆍ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일반 사병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ㆍ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찾지 않았던 문 후보나 일반 사병 묘역을 거른 박 후보와 달리 참배의 범위가 넓었다. 전날 대선 출마 자리에서 강조한 통합의 정치를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포항제철(현 포스코) 신화'의 주인공이자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 인물 중 하나인 박 전 총리를 참배한 것도 눈에 띈다. 벤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안 후보의 '경제통' 이미지 심기 차원으로 읽혔다.
이날의 참배를 두고 안 원장은 "높은 공직을 맡으신 분들이 참배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로는 역사를 배움으로써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으려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함"이라며 "또 무명 용사들도 역사의 중요한 주인,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새기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참배를 마친 안 후보는 이어 서울대 총장실을 찾아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교수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학원이 있는 수원캠퍼스에도 들러 동료 교수 및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했고 분당에 위치한 안랩(옛 안철수연구소)도 방문해 임직원들과 환송연을 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지금까지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함과 동시에 대선 후보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