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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고지혈증 환자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지혈증 환자 수는 122만명에 달했다. 병원을 찾지 않는 의심환자군까지 포함할 경우 고지혈증 환자 수는 2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예상이다. 이 때문에 고지혈증은 고혈압ㆍ당뇨와 더불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3대 만성질환으로 불린다.
고지혈증은 발생원인이 비교적 명확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이는 식생활 습관을 바로 하는 등 평소에 주의한다면 예방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고지혈증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본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의 지방 성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에서 총콜레스테롤이 240㎎/㎗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고지혈증으로 혈관 내에 지방침전물이 쌓이면 혈관이 막히고 혈관벽에 염증이 생기거나 두꺼워져 동맥경화ㆍ협심증ㆍ심근경색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고지혈증이 무서운 것은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과다하게 높을 경우 손바닥이 노랗게 되는 황색종이 생기거나 각막에 흰 테가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고지혈증을 ‘침묵의 질병’으로 부르는 이유다. 고지혈증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바로 알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지혈증은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 혈액 내에 특정 지질이 증가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습관이나 비만ㆍ음주ㆍ운동부족 등 때문에 주로 생긴다.
최근에는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젊은 층에서도 발생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정우길 비에비스나무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청소년들의 경우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반면 운동량은 부족해 고지혈증 발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치의 경계선에 있는 초기 고지혈증 환자군은 약물투여에 앞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실시하게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무엇보다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는 등의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육류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계란노른자와 동물의 간, 생선알, 새우 등은 피하고 삼겹살, 닭 껍질, 내장(간ㆍ콩팥), 소시지 등과 같은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한다.
반면 야채나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올리브유, 버섯류, 등 푸른 생선 등의 섭취는 늘리는 것이 좋다. 튀기거나 볶은 음식보다 찌거나 구운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식사시간을 여유 있게 갖는 것이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사속도가 빠르면 식사량이 많아져 비만 위험을 높이고 이를 통해 중성지방 증가 등 이상지질혈증이 초래돼 혈관에 노폐물이 쌓일 위험이 있으며 고혈압ㆍ당뇨뿐만 아니라 급성심근경색ㆍ뇌혈관질환ㆍ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여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교수팀이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8,771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각종 건강지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식사시간이 짧을수록 체질량지수가 높고 혈액에 존재하는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해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은 콜레스테롤 증가와 관련돼 있으며 비만 자체가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걷기나 조깅ㆍ줄넘기ㆍ에어로빅체조ㆍ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40분씩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고지혈증 예방의 목표는 단순히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낮추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고지혈증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식, 야식, 폭식,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적극 활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고지혈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만큼 더욱 자주 고지혈증 검사를 받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고지혈증은 흔하게 동반되며 당뇨병성 합병증 발병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며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보이는 지단백이상은 주로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과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계없이 적어도 1년에 한번 이상 고지혈증 검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뇨환자와 심혈관질환자 등 고지혈증 고위험군 환자들은 보통의 고지혈증 환자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욱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안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허혈성 심질환이 없고 고령ㆍ가족력ㆍ흡연ㆍ고혈압 등의 위험인자가 없더라도 LDL 콜레스테롤을 130mg/㎖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허혈성 심질환이 이미 있는 경우에는 100mg/㎖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의 고지혈증 약물치료는 혈당조절로 시작해야 한다. 혈당이 정상적으로 조절돼야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슐린이 결핍되지 않은 경우 당뇨병에 의한 고중성지방 혈증은 혈당을 조절하면 수주에서 수개월 뒤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당뇨와 고지혈증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식사ㆍ운동요법, 설폰요소제나 메트포르민,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 등의 먹는 혈당강하제와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도 고지혈증이 개선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저하제 등을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