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국가정보원 '국기문란사건'의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원 내외 병행투쟁을 시작한 지 55일째 되는 날이다.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에 불법 개입하고 이를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은폐 조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캠프 인사들이 이를 악용해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 박 후보는 사전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직간접적인 수혜를 받았다는 것이 김대표와 민주당의 지적이다.
민주당과 김 대표는 이 사건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고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통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박 대통령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6일 이뤄진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에서 김 대표는 민생 문제를 포함해서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국회 주도 국정원 개혁, 대통령 사과 등 7개항을 요구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최소한의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요구사항을 모두 거부한 뒤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적 저항'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에 장외투쟁을 접으라고 했다. 야당이 여론의 힘을 빌려 국민적 저항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행정조직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국민적 저항을 언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의 원 내외 병행투쟁을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2005년 12월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학법 장외투쟁을 벌였던 것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한때 영남대 이사장이었던 박 대통령이 당시 한 장외투쟁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달랐다. '박근혜 사학법 무효화 장외투쟁'이 사립학교 기득권 지키기였다면 '김한길 원 내외 병행투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다. 김 대표가 23일 의원총회에서 정기국회 전면 참여와 전국 순회 장외투쟁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도 민주주의와 민생의 실질적 제도화를 위한 것이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협량함과 정치력의 부재, 불통정치라는 인식이 퍼지며 떨어지는 추세다. 박 대통령과 여권이 신뢰회복을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에 맞춰 통큰 결단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