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통사 네트워크 쉐어링으로 투자부담 줄이며 가격 거품 확 빼"

베르그 OECD 이코노미스트
"통신망 공유 한국도 검토를"


"유럽은 이동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쉐어링'(통신망 공유)으로 투자부담을 줄이고, 통신비도 크게 낮추면서도 통화품질은 더 높였습니다"

유럽 각국의 통신정책을 자문하는 루돌프 반 베르그(사진) OECD 과학기술산업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파리 OECD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네트워크 쉐어링의 가치가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통신망 공유의 대표적 사례로 그는 스웨덴을 꼽았다. 스웨덴은 2·3위 사업자인 텔레2와 텔레노르가 2009년 4G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공동으로 투자했다. 전체 국토의 20%에 대부분의 국민이 모여 사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두 회사는 네트워크 쉐어링을 통해 투자비를 20~50% 줄이고, 운용비 역시 상당히 줄였다.

프랑스도 네트워크 쉐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다. 베르그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는 신규 사업자가 대폭적인 요금인하로 기존 이통사의 수익이 급감하자, 2·3위 사업자가 투자비용 절감을 위해 네트워크 쉐어링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는 물론 미국도 3개 사업자보다는 4개 사업자가 있어야 더 많은 혁신과 경쟁이 이뤄진다"며 "서비스와 가격에 있어서도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 났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쉐어링의 확산 추세는 비싼 통신요금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고, 중복ㆍ과잉투자 논란이 잦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통사들은 "요금을 낮추면 투자 여력이 줄어들어 적극적인 망 투자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네트워크 쉐어링을 통해 투자비 부담을 줄이면 통신요금을 낮출 여지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OECD의 다른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통신망의 품질은 높이고, 커버리지는 넓히고, 이통사의 투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네트워크 쉐어링을 시행하거나 시행을 검토 중인 곳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최고의 커버리지를 경쟁적 차별점으로 강조했지만, 지금은 가입자가 많은 주요지역과 전략적 거점에 대해선 독점적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은 네트워크 쉐어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파리=우승호기자

루돌프 반 베르그 OECD 과학기술산업국 이코노미스트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리 모바일 본사 1층에 위치한 매장.

◇ 프랑스의 프리 모바일 가입자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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