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전윤자(왼쪽)씨가 자신이 보유한 5억원대의 부동산을 고려대에 기부하고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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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을 위해 내놓습니다."
고려대(총장 이기수)는 경영대학 1호 여학생인 전윤자(77ㆍ상학과 51학번)씨가 부산에 보유하고 있는 5억원가량의 부동산을 고려대 신경영관 건립기금으로 내놓았다고 5일 밝혔다.
전씨는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생소했던 지난 1950년대 고려대에 51학번으로 입학해 경영학과(당시 상학과) 최초의 여학생이 됐다. 1955년 졸업한 후 한국은행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50년이 넘는 세월을 금융계에서 일한 전씨는 사회적으로 제약이 많은 여성들을 위한 일에 앞장서왔다. 퇴직 후에는 여성 전용 금융기관인 '숙녀신용협동조합(현 동부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해 남성에 비해 대출이 까다롭던 미혼모와 미혼 여성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씨의 끊임없는 기부활동은 남편의 뜻을 잇기 위해 시작됐다. 남편인 고(故) 허병운(동황물산 사장)씨는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수집한 희귀 조개화석 1만2,525점을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진도해양 생태관'에 기증했고 2005년 진도군으로부터 교육체육 부문 '군민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편의 뜻을 이은 전씨는 2005년 남편에게서 상속받은 유산 중 5,000만원을 고려대에 기부, 경영대학 외국인 학생을 위한 기숙사 건립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전씨는 이날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서 "내가 입학했던 1950년대에는 여학생이 경영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생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여학생들이 경영학을 배워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새로운 업무와 분야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기부 받은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연간 2,000만원가량 발생하는 임대수익금으로 '전윤자 장학금'을 조성해 경영대학 여학생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