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로화… EMF 창설등 자구책 마련 급물살

美 볼커 위원장 "반등" 낙관 불구 하락 전망 지배적
獨·佛 "그리스등 회원국 부실 구제 위해 설립 필요"


그리스 재정위기가 해결되면 유로화의 미래는 순탄하게 펼쳐지나. 회원국간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위기를 맞아 공동해법을 찾아가면서 안전판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팽팽하다. 이를 의식하듯 이미 유로존에선 유로 공동기금 격인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을 준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이 유로화의 미래 및 반등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볼커 위원장은 이날 "나는 여전히 유로화에 대한 신념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로화는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 말했다. 반면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달 말 "유로화가 결국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유로화는 지난 3개월 기준 달러화 대비 8% 가량 폭락했으며,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1대1이 되는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받아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을 지지할 단일 정부가 없는 생태적 결함이 이 같은 폭락의 배경이다. 이와 관련, 볼커 위원장은 유로존의 위기를 그리스 사태에서 촉발된 공황상태로 규정하고,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사태 해결과 함께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커 위원장은 "권역 내 작은 나라에서 위기가 촉발됐다는 점에서 유럽이 운이 좋았다고 느낀다"며 "그리스 위기는 유럽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전일 파리에서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면담한 뒤 "그리스가 요청한다면 유로 회원국들이 도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하며 그리스 위기가 통제 가능한 수준임을 강조했다. 유럽 주요국들은 이어 회원국 위기 구제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사한 유럽통화기금(EMF)을 창설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의 경제 협력 및 감독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공동펀드 설립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단일국 채무로 인한 경색을 막고 강한 협력구도를 만드는 게 발의의 목적"이라며 "1999년 유로존 출범 이래 가장 급진적인 개혁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로국을 지원할 유럽기구 창설을 집행위가 제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MF 창설은 지난 10여년 간 프랑스가 주창해 온 사항이었으나 지난 주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찬성의사를 타진하며 논의 진전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FT는 이어 재정적자 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회원국들과 과도한 정부 채무를 보유한 회원국들에게 투표권을 일시 제한하는 등 강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이 자구책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관은 첩첩이다. 개선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EU조약 개정이 불가피한 상태여서 회원국들 사이에서 "개선안을 위해 조약까지 흔들어야 하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그리스의 5배,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 총 경제규모의 2배에 달하는 스페인의 부실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며 "스페인 정부가 마련한 각종 감축안이 사회복지 정책과의 충돌 속에 잇달아 불발되고 있는 등 유로존의 부실 문제는 아직 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FT 역시 별도의 기사를 통해 "통화 통합은 정치적 통합 없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며 "이는 비단 그리스가 아니라 유로존 전반의 문제이며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 하락을 점치고 있다"며 유로화 하락이 좀 더 진행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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