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업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사용주가 하도급업체를 철저히 감독하고 인사노무 관리에 깊숙이 관여했더라도 이를 위장 도급에 따른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인천국제공항 경비요원 문모(39)씨 등 2명이 공항공사와 용역 경비업체 S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4년부터 A사가 해오던 공항 경비 업무를 2009년 6월 S사에게 맡기기 위해 이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었다. 2009년까지 A사에서 공항 특수경비원으로 일하던 문씨는 공항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동료 한 명과 함께 S사 채용시험에 응시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에 문씨 등은 공사와 S사를 상대로 "경비업체는 공항공사에 종속된 노무관리 대행기관에 불과하고 공사가 실질적인 사용자이므로 용역은 위장 도급"이라며 소송을 냈다.
앞선 1ㆍ2심에서 원고들은 ▦공사가 근무 인원과 장소, 시간을 지시하고 직원 교육과 표창을 한 점 ▦공사가 근무태도를 평가하는 서비스수준 협약을 맺은 점 ▦단합 행사비를 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건물과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자신들이 불법 파견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1ㆍ2심 재판부는 모두 "서비스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문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재판부는 "지시·평가는 특수경비 업무의 특성상 공사가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고 각종 여타 활동도 업무의 질을 높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급 계약이 위장임을 판단하려면 사업주의 실체, 전문성과 독립성, 지휘명령권 보유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문씨 등이 공사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이번 판결과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 해고된 KTX 여승무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인정하라"며 낸 소송 2심에서 재판부는 "서비스 업무 중 여승무원의 업무를 분리해 도급할 수 있다"며 KTX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는 여승무원들이 이겼지만 2심에서는 진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의 관계에서 수리장비 무상 제공, 협력사 기사에 대한 교육 등을 토대로 적법 도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과거에 제정된 제조업 중심의 파견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 직업 유형별 기준을 만들고 사용자의 업무 범위에 대한 제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