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만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한 협의를 벌일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서울과 평양에 상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북남 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통일 골동품’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북측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매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측은 이 대통령의 남북연락사무소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주간 통일신보도 이날 이 대통령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해 “한갓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북남 사이에는 이미 6ㆍ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ㆍ4선언에 의해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폭 넓은 접촉과 대화ㆍ협력의 통로들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측이 ‘나라와 나라 사이에나 설치하는 연락사무소를 남북 간에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의를 계속 거절해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이번 제의도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터였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당분간 양측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주장만 내세운 채 기싸움을 벌이는 경색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 등 국제정세를 고려해 당분간 핵 문제와 인도적 지원 불연계 방침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북측은 남한 당국자의 방북불허 의사를 통보한 상태에서 당장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 미국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회동, 22~24일 북한을 방문한 미국 실무대표단의 방북 결과를 듣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양국 간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미국 실무팀 방북에서 핵 프로그램 및 플루토늄 검증과 관련, 북미 간 이견이 대체로 해소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5월 중순 북핵 문제 해결 2단계인 핵 신고를 마무리하고 3단계(핵 폐기)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