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는 전국의 2만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계 재산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금융자산 투자의 주된 목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53.4%가 노후 대책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금융자산의 운용을 보면 효율적인 노후 저축과는 거리가 먼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으로 무려 90.6%가 예금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를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은 고작 6.0%밖에 되지 않는다.
원인은 바로 노후 저축은 무조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최고라는 보수적 인식에 있는 듯하다.
금융자산 투자 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응답이 75.5%에 달하는 반면 수익성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겨우 12.2%에 불과하다. 금융자산 투자를 고작 현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금고 역할 정도로 보는 것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대등하게 따지는 선진국과는 너무 판이한 인식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가계는 합리적인 자산 배분을 하지 않는다. 물론 자산 배분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한쪽으로만 몰려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균형 잡힌 자산 배분은 어떤 모습일까.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이론을 동원할 것까지도 없다. 대략 우리나라의 자산 시장 전체는 아파트 33%, 예금 16%, 주식 21%, 채권 22%, 보험 7%로 구성돼 있다.
손쉬운 자산 배분은 이 비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평균의 자산 수익률 정도는 누릴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선호도나 수익률 전망에 따라 이 비율에 약간 더하거나 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망했다면 그건 나라가 망한 것이다.
이런 편법으로 계산한 결과와 실제 나의 자산 배분을 비교하면 대부분의 경우 주택 비중은 아주 높고 수익성 자산 비중은 반대로 매우 낮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왜곡된 자산 배분은 우리나라 대부분 가계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반복되는 금융위기와 강고한 부동산 신화의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돈 한 푼 안 나오는 아파트와 겨우 2% 금리의 예금에 노후를 맡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금융시장과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이러한 왜곡은 서서히 개선될 것이다. 남들과 달리 하는 게 부담스럽고 두렵기는 하나 나부터라도 한발 앞서 바꾸면 그에 따른 보상은 충분히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