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변신’에 주가환호… “방망이 길게 잡아야”

삼성에버랜드에 패션사업 부분을 매각하고 전자·화학 소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제일모직의 결정에 증권가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주가가 짧은 기간 급등했기 때문에 단기 매매보다는 방망이를 길게 잡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은 오후 1시 20분 현재 직전 거래일보다 3.70% 오른 9만5,300원에 거래됐다. 주가는 전 거래일인 17일에도 5.50% 올라 이틀 만에 10% 가까이 급등했다.

제일모직의 최근 주가 급등은 패션사업 부문을 1조500억 원에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한 결정이 반영된 것이다.

이날 장 시작 전 제일모직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1일 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을 모두 에버랜드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1954년 원단 제조 등 모직물 사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이 창립 60년 만에 모태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것이다.

증권가는 일단 첨단 소재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제일모직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순수 전자재료 업체로 바뀌면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은 2분기 적자를 본 데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몇 년째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의류산업이 저성장 기조에 돌입한 데다 작년 2월 야심 차게 출시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초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패션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7.43% 하락한 바 있다.

패션사업을 쳐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하면 제일모직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매각 대금으로 신규 사업을 벌이거나 인수·합병(M&A), 기존 사업 확대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7,000억 원의 가치로 추산되는 패션사업 부문을 1조원에 양도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패션사업 매각 ‘호재’가 급속도로 주가에 반영된 것은 부담 요인이다.

이병화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재·화학분야 업황에 따른 실적과 주가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삼성그룹 내 패션사업 부문 양도 이슈와 사업 재편 기대감만으로는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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