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모 여인이 보내온 헐혈증서외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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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만 했던 사랑을 하늘나라에서도 베풀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이달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창엽) 민원상담실에는 난데없는 소포가 하나 배달돼 왔다. 종이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정성스럽게 싼 소포박스에는 수백장의 헌혈증서와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쓴 두 장의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지난 3월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아들 김모(19)군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어머니 박모(48)씨가 김씨의 치료에 쓰라며 친구들 및 주위 사람이 모아준 헌혈증서 500여장을 심평원으로 보내온 것.
지난해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김군은 6월 군입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던 도중 이상이 발견돼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아오다 안타깝게 사망했다.
박씨는 “(헌혈증서는) 저희 아이를 위해 모아준 주위분들과 친구들의 사랑이다. 방울방울의 혈액과 사랑이 어느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에 보탬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보내왔다.
박씨가 심평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다름아닌 심평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양급여여부확인(진료비확인요청)’ 제도 때문.
그는 6월 심평원에 아들 김모군의 치료를 위해 부담한 병원비 중 보험급여 대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민원을 제기했고 심평원은 민원을 분석해 병원측이 임으로 비급여 처리한 995만원을 박씨에게 환불하도록 했다.
이 같은 금액은 병원측이 김군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 중에 부득이하게 발생된 것이라는 것이 심평원측의 설명이다.
박씨는 자필편지에서 “이렇게 환불될 수 있는 큰 돈이 있었다면 며칠이라도 1인실서 마음 편히 있게 해주었을 텐테…”라며 경제적인 이유로 아들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책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박씨는 또 “그동안 알지도 못하는 저희를 위해 애쓰고 수고해주신 심평원 가족 여러분께 가슴 깊이 감사한다”며 “아마 헌혈증서가 집안 어디엔가 있을 텐데 찾는 대로 마저 보내겠다”고 밝혔다.
심평원 홍보팀의 유종호씨는 “마음은 아프지만 좋은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그분의 뜻을 깊이 헤아려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헌혈증서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 직원들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직원들의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적립해 13명의 소아 백혈병 환자에게 7,800만원의 성금을 치료비로 지원하는 등 암환자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