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퍼내서 섞는 건 쉽죠. 하지만 땅속에서 흙을 섞는 것은 기술입니다. 흙을 퍼내지 않고 오염을 정화하는 기술을 지난달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인근 부영공원에 적용했고 단 1주일 만에 시험지역 오염도가 1만5,000ppm에서 주거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500ppm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비용도 10~20% 줄어들었죠."(공준 코오롱워터앤에너지 토양사업팀 부장)
미군기지나 철도 부지 등 우리나라 곳곳이 금속과 기름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섞여 있는 복합토양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 4월부터 오는 2017년 3월까지 5년간 133억원을 들여 복합토양오염물질 현장실증형 융복합 녹색정화기술개발연구단(복합오염녹색연구단)을 지원하고 있다.
박재우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한 연구단은 에이치플러스에코와 코오롱워터앤에너지·효림산업 등 기업들을 비롯해 서울대·경희대 등 총 7개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2개의 출연 연구기관으로 구성돼 세부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단은 오염된 흙을 정화하기 위해 흙의 종류와 오염물질의 특성에 맞춰 고온 스팀과 초음파·미생물·나노버블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한다.
철도 부지나 공장용지, 군부대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윤활유와 같은 저휘발성 오염물질은 끈적끈적하고 흡착성이 강해 최소 3단계의 세척을 거친다. 연구단은 고온 스팀을 가해 오염을 한번에 씻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초음파를 이용한 정화 방법은 세척액을 흙에 스며들게 한 뒤 초음파를 쏘는 방식으로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해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하지만 연구단은 압력 차를 이용해 넓은 면적에서도 초음파 세척법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 중이다.
공기와 닿으면 바로 흩어져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고휘발성 오염물질은 흙 속에 미세한 공기방울을 집어넣어 닦아낸다. 효림산업 연구팀은 크기 1㎛ 이하의 나노버블이 오염물질과 만나 터지면서 고압의 충격을 유도해 오염물질을 털어내는 기술을 실증화하고 있다.
조규탁 환경산업기술원 전임연구원은 "복합오염물질 제거기술들은 원천기술은 아니지만 이론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실제 설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토양오염 정화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이지만 일부 기술은 90%에 근접했다"며 "석유생산으로 인한 토양오염에 시달리는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바레인 등 중동 지역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기술도 있다"고 전했다.
토양·지하수 오염 방지기술 개발을 위한 지난 5년간의 연구도 속속 결실을 보고 있다. 올 3월 기준으로 국내 지식재산권 출원·등록은 101건에 이르고 국외 출원은 3건, 기술료 계약액 13억300만원, 징수액 1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적용된 사업화 실적은 국내 185억8,500만원에 이르고 해외에서도 12억3,5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