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루피화 가치가 26일(현지시간)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급락하며 사상 최초로 달러당 60루피 선이 무너졌다.
이날 인도외환시장에서 루피화는 장중 전날보다 1.8% 급락한 60.76루피까지 하락해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온 달러당 60루피 선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영자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 중앙은행(RBI)이 지난 20일부터 간헐적으로 달러를 풀면서 환율을 달러당 55.98루피 선까지 방어했으나 RBI가 26일 환율방어를 포기하며 저지선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폴 바쿠노이츠 씨티그룹 아시아 통화 전문가는 "RBI가 다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결국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62루피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루피화 가치 급락은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외국인 투자가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 경제에 유독 불안감을 느끼며 대거 발을 빼고 있기 대문이다. 루피화는 지난달 초에 비해 13% 이상 하락했다.
지속되는 경상적자와 루피화 약세로 추가 환율하락에 대처할 중앙은행의 능력도 타격을 받게 됐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에 따르면 RBI의 외환보유액은 7개월분의 수입결제를 충당할 수준인 2,907억달러로 13년 만에 최저 규모다.
한편 RBI는 27일 올 1ㆍ4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181억달러를 기록해 전분기(319억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적자 비율도 전분기의 6.7%에서 3.6%로 크게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정부가 올 들어 금 수입에 부과하는 세금을 늘리는 등 수입규제 조치를 취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전날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RBI가 통화방어를 위해 개선된 경상수지 지표를 당초 예정보다 일찍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루피화 가치는 이날 경상수지 개선 소식에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달러당 60루피 선에 머물렀다.
예스뱅크의 슈바다 라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개선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적자는 2ㆍ4분기에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