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47억달러에 매각

캐나다 사모펀드와 합의
최종 승인땐 상장폐지될 듯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캐나다의 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가 47억달러에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블랙베리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캐나다 보험사 페어팩스파이낸셜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주당 9달러로 현금 매각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랙베리와 페어팩스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전계약을 체결했다. 블랙베리는 오는 11월4일까지 매각을 위한 실사에 들어가며 블랙베리는 "이 기간에 인수의사가 있는 다른 곳과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매각이 최종 승인될 경우 블랙베리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어팩스의 설립자 프렘 왓사는 단기 성과에 대한 주주들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블랙베리의 회생수단으로 상장폐지를 암시한 바 있다.

매각 이후 앞날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시장 전문가들은 페어팩스가 인내심을 갖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만큼 블랙베리의 회생 전략을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왓사는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캐나다의 워런 버핏'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인기가 추락한데다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 관련특허도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앞날이 부정적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뉴욕타임스(NYT)는 "최대 2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주요 특허 대부분을 애플ㆍMS 등과 공동 소유하고 있어 특허권리를 직접 행사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블랙베리의 이번 매각으로 지난 2011년 8월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사업 인수와 2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휴대폰사업 부문 인수에 이어 전통적 휴대폰 메이커들이 나란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블랙베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마트폰 중독을 뜻하는 '크랙베리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애플의 아이폰 등장 등으로 치열해진 스마트폰시장의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줄곧 내리막을 걸어 시장 점유율은 3% 아래로 추락했다. 2008년 6월 최고 147.55달러로 올라갔던 주가는 이날 현재 8.82달러까지 떨어졌다.

1월에는 신제품 Z10을 내놓았으나 버그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했고 올해 2ㆍ4분기에만도 10억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5,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 전체 직원의 40%인 4,500명 감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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