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져도 부모들은 좀처럼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를 줄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눈물을 머금고 자녀를 위해 가입해둔 장기연금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그만큼 경기침체의 골이 깊다는 뜻인데 가파르게 증가하는 실효 및 해지 건수만큼이나 신규 가입 건수는 줄어들어 생명보험사들의 고민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2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ㆍ교보ㆍ대한생명 등 3개사의 지난 7월 자녀 연금보험 해지 건수는 8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134건)의 6배 에 이르며 지난해 8월(22건)보다는 무려 36배나 늘어난 규모다.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납입하지 않은 실효 건수도 7월 말 기준 680건으로 연초(544건)나 전년 동기(0건)와 비교할 때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자녀 연금보험 신계약 건수는 7월 6,785건으로 전년 동기(5,859건)보다 16%가량 줄었다.
특히 자녀 장기연금보험은 생보사들이 지난해 5~7월께 집중적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가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고객들이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거나 상품을 해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침체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급격하게 줄어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자녀 보험상품까지 해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험연구원의 전용식 박사는 "가계 내에서 급전이 필요할 경우 단기상품이나 저축성 상품을 해약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금처럼 장기보험상품의 해지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경기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장바구니물가는 상승하는 반면 자산 가치 하락으로 각 가계가 생활비를 줄이다 못해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보험료마저 줄줄이 줄이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들도 자녀 연금보험 해지 건수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보험 가입자들의 위축된 심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률 악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해지율이 늘어나더니 생보에도 불황의 여파가 드리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보험은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보험 해지 사태가 1년에서 1년6개월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