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본격적인 반정부 투쟁에 나서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대립각을 한층 날카롭게 세웠다. 한때 연정 대상이었던 두 사람의 충돌로 파키스탄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부토는 가택 연금에서 해제된 10일 곧바로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전 대법원장의 자택을 찾아가 면담을 시도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초우더리 자택에 도착한 부토는 경찰에게 “그를 만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는 아직도 대법원장”이라며 면담 허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이 2대의 트럭으로 설치한 장벽을 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정권 연장을 위한 무샤라프 대통령의 헌법 개정에 반대해 온 초우더리 대법원장은 지난 3월 직권 남용 혐의로 해임된 후 복권되는 과정에서 반(反)무샤라프 운동의 핵심 아이콘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지난 3일 비상사태 선포 뒤 다시 해임된 후 가택연금 상태다.
부토는 앞서 언론인들의 반정부 집회에도 참석했다. 부토는 이 자리에서 “언론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는 언론에 대해 취한 폭력적인 제한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언론인들과 변호사협회, 노조, 민간단체 등이 자신의 반독재 투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토는 이와 관련 오는 13일 동북부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자동차 행렬을 이용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토는 8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18일 귀국하면서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분점’을 통해 파키스탄 초유의 연립정부를 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샤라프가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당세력을 탄압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짧은 밀월기간은 끝나버렸다. 부토는 파키스탄 정계의 또 하나의 실세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와 연대를 강화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무샤라프 정부가 헌정중단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태에 직면하고 는 가운데 말리크 카윰 법무장관은 10일 “비상사태가 한달 안에 해제될 것”이라며 “총선도 예정대로 내년 초에는 치룰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여당 관계자를 인용, 무샤라프 대통령이 현 임기가 만료되는 15일까지 겸직상태인 육군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나고 비상사태도 25일까진 해제할 방침을 시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