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해바다에서 잡히지만 부르는 게 값인 영덕(울진)대게와 속초·양양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게의 몸값은 천양지차다. 홍게는 과거 난전에서 시장상인들이 좌판에 수북이 쌓아놓고 판매하거나 영세 상인들의 이동판매차량에 실려 아파트단지 등에서 팔려 저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어획량이 대게보다 많고 소비도 저조하다 보니 맛의 차이가 없지만 국내에선 제대로 된 몸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홍게잡이 배의 경우 17척이 허가를 받아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홍게는 금어기가 5개월인 대게와 달리 2개월로 짧아 어획량도 많고 수요도 적어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이들 어선이 잡는 물량 중 8% 정도만 내수로 소비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1차 가공을 거쳐 일본이나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맥도날드 및 대형 유통회사 등에 홍게를 수출하는 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아베정권의 엔화약세 정책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출하는 실정이란다. 지난 4일 속초에서 열린 강원지방중기청 주관 수출유관기관 종합상담회에 나온 홍게 수출업체의 하소연이다. A업체는 지난해 일본 수출 물량은 늘었으나 매출은 오히려 8% 이상 줄었다며 유류비·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면서 수출하고 있다고 엔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와 유관기관의 대책으로 ▦신용보증기금의 엔저 피해기업에 대한 특례보증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중진공의 긴급경영안전자금 ▦중기청의 R&D 자금지원 등 각종 제도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소비자들이 홍게의 가치와 참맛을 알아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홍게에 대한 국내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업체의 수익성도 높아져 궁극적으로 수출업체의 경쟁력도 높아지게 된다. 이와 함께 홍게 버거, 홍게살 스프, 홍게 키토산 등의 다양한 제품개발과 2차 가공상품의 수출 및 수출 거래선 다변화도 대안이다.
올해 첫 수출지원종합상담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관광객들이 홍게의 참맛을 알도록 속초에서도 홍게축제를 벌여봤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