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너무 더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일부 공기업은 본격적인 후임 CEO 인선 절차를 시작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돼 공모과정을 거쳐 CEO를 선임하기까지는 2~3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총회도 거쳐야 한다. 결국 공공기관들은 연말은 돼야 자리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산하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임추위가 CEO 후보 3배수를 선발해 청와대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신임 사장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이지송 사장 후임으로는 김학송 전 의원과 하성규 전 중앙대 부총장, 한만희 전 국토부 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들 후보군이 거대 공기업 LH를 이끌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민간 출신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의를 표명한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의 경우 태국 통합물관리사업 수주를 진두지휘하고 있어 최종 낙찰자가 발표되는 대로 후임 사장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던 정부의 싱크탱크들도 본격적인 후임 인선을 시작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연구원(KIPF), 에너지경제연구원(KEEI)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ARRI) 등 4곳 원장에 대한 모집 공고를 냈다. 이들 연구원들은 길게는 3달 이상 원장이 공석인 상태였다.
가장 관심이 높은 곳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고영선 국무총리실 국무2차장(차관급)을 배출한 KDI 후임 원장이다.
KDI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의지에 따라 설립됐다는 점으로 볼 때 이 정부에서 KDI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원장으로는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정책학 교수와 김주훈 KDI 부원장,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조세 이슈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배출한 조세연구원 후임 원장에 누가 앉을지도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홍범교 조세연구원장 직무대리, 김정훈 재정연구본부장, 박진 공공기관연구센터장 등 내부출신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4곳 원장 공모 서류 접수마감은 16일이다. 공모를 진행한 후 역시 후보를 3배수로 압축,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쳐 이사회 의결 형식을 통해 신임 원장이 최종 확정된다.
산하 공기업이 가장 많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까지 정식 공모절차를 한 곳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의 사표도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물러날 기관장들이 확정되면 한꺼번에 공모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