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4일자(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2차 양적 완화 조치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일축했다.
버냉키 의장은 "목표치에 못 미치는 2% 미만의 현재 물가상승률은 FRB가 고용증대를 위해 통화정책을 시행해도 경기과열을 불러올 위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 1차 양적 완화도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고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이 나온 뒤 불과 수시간 만에 공개된 것으로 2차 양적 완화에 대한 비판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중앙은행 총재가 언론사 기고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극단적인 경우 매우 낮은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으로 변형돼 오랜 기간 경기를 침체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FRB는 이번 조치의 득과 실을 따져가며 (실제 시행에) 조심스러웠다"며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 조정이 필요한지도 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FRB가 FOMC 성명 외에 버냉키 의장의 언론 기고까지 더하며 입장을 재차 표명하는 것은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을 두고 부작용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을 의식해 이를 해명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앞서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미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FRB가 앞으로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해 네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며 시장에 사실상 '출구전략 준비'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하게 이어져 실업 문제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FRB는 1년이 지나서 다시 경기부양 모드로 완전히 돌아섰다.
버냉키 의장은 전임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달리 시장에 분명하게 메시지를 주는 편으로 FRB의 입장 등을 기고와 TV 출연을 통해 밝히곤 했다. 그는 지난 2006년 2월 취임한 후 미 신문사에 총 네 번(WSJ 두 번, WP 두 번)의 기고를 게재했다. 지난해 11월 WP 기고는 FRB의 금융감독권한 박탈 등을 추진하는 의회를 정면 비판하는 내용으로 큰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