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떠오르고 있습니까, 가라앉고 있습니까?” 지난 4월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의 CEO 메시지는 CJ제일제당 임직원을 바짝 긴장시켰다. 매월 경영철학과 전략을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알리는 김 사장이었지만 4월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았다. 그는 CJ제일제당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 ‘떠오르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현장’,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2006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무엇보다 조직의 활력과 도전을 강조했다. 본인이 다시다, 게토레이, 컨디션 등 히트 상품을 성공시킨 마케터 출신으로 회사내 마케터들 뿐아니라 전 직원들에게 ‘적당한 만족’보다는 ‘자신의 제품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열정과 몰입을 요구한 것. 김 사장은 올해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핵심역량을 구축하는 해’로 정했다. ▦매출 두 자릿수 성장 ▦영업이익률 1%포인트 향상 ▦스피드/정도(正道)경영 ▦ 글로벌라이제이션 등 경영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주회사 출범 첫해인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 글로벌 식품업체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김 사장의 매출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2008년 매출 3조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해 지난 97년 2조원 매출 돌파이후 11년만에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3조원의 매출 고지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영업이익도 목표치인 2,800억원(영업이익률 9%)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이 이처럼 과감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수 있는 것은 지난해 9월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열사 투자지원의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보유 부동산 매각 및 개발 등 자산효율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꾀하는 한편 적극적인 R&D 투자와 신규 사업 발굴, 해외 M&A 및 VJ(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2013년 목표인 매출 10조, 영업이익 1조원에 성큼 다가선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평상시 “리드타임을 길게 가져가면 그만큼 미래를 준비하고 행동할 시간도 충분해진다”며 “2013년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의 업무 목표를 잡으라”고 강조한다. 다국적 기업에서 쌓은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홈쇼핑 시장 진출을 성공시킨 김 사장은 CJ㈜ 경영총괄로 부임한 2005년 11월 미국 내츄럴푸드 기업인 ‘애니천(Annie Chun’s Co)’, 2006년 11월 냉동제품을 생산하는 ‘옴니푸드(Omni Food)’를 차례로 인수하며 글로벌 CJ의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 지역 국영기업인 ‘얼상그룹’과 함께 ‘얼상 CJ’라는 콩 제품 관련 합작 기업을 설립, 베이징 지역 포장두부 시장의 70%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 포장 두부를 공식 납품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CJ제일제당 최대 사업군으로 올라선 가공식품 사업부문에서 고추장, 된장 등 장류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두부 및 신선식품에서도 최대한의 성장을 이뤄낼 계획이다. 김 사장이 올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문은 바이오 사업. 전세계적으로 라이신(사료 첨가용 필수아미노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대두 및 대두박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두박의 대체재인 라이신 가격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3ㆍ4분기 톤당 1,500달러선이던 라이신은 연말에 1,800달러까지 치솟았고 현재는 1,9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라이신 가격이 톤당 100달러 오르면 해외 라이신 생산법인의 수익은 250억원 가량이 늘어나며 CJ제일제당에 수백억원대의 지분법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 직원에 직접 메일 보내고 업무 보고는 간소화
메시지·스피드 경영 추구
김진수 사장은 매월초 전 임직원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그 달의 경영성과를 간략히 설명하고 직접 작성한 'CEO 메시지'를 보낸다. 김 사장의 메시지에는 임직원을 격려하는 내용이 들어갈 때도 있지만 현 경영상황을 솔직 담백하게 정리하고 평소 생각해온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 취임 후 첫 메시지는 글로벌 경영이었다. "CJ주식회사(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이전)는 올해가 그 어느 해보다도 의미 있고 중요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글로벌 컴퍼니가 될 것이냐, 국내 식품회사로서만 머물 것이냐의 중요한 기로가 되는 한 해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김 사장의 메시지는 이후 CJ제일제당 글로벌 경영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CEO 메시지'가 김 사장의 경영철학을 보여준다면 '스피드 경영'은 김 사장의 경영전략이다. 불필요한 절차나 보고 등을 최소화하고 업무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게 각자 맡은 부문에서 '업무 납기일'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실제 김 사장은 모든 보고서가 A4 용지 2장을 넘지 않도록 지시하며 회사내 결재 역시 온라인상에서 신속히 이뤄지도록 강조하고 있다. 또 불필요한 회의가 길어지지 않도록 본사 건물에 '서서 하는 회의실'도 설치했다. ■ 김진수 사장은
식품업계에서는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을 '다시다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부른다. 제일제당 마케팅부장과 상품기획실장 시절 대상㈜과의 조미료 경쟁 체제에서 '다시다'를 출시, 기존의 화학조미료 개념과 다른 복합조미료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다시다' 개발 당시 김 사장은 광고나 판촉을 주로 사용하던 식품업계의 마케팅을 R&D와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은 제일제당 상품기획실장을 거친 후 선진기업의 마케팅 연구를 위해 다국적 기업인 SC Johnson에 입사해 미국 현지에서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96년부터 99년까지 한국존슨(SC Johnson Korea)의 첫 한국인 사장을 맡아 '에프킬라', '플러그인', '터치후레쉬' 등 빅히트 상품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사장의 재임 기간중 한국존슨의 매출은 종전보다 3배, 이익은 4배나 증가했다. 친정인 CJ로 돌아온 김 사장은 식품냉장 생활사업 총괄 부사장을 지내며 즉석밥 '햇반', 체지방 감소 음료 '팻다운' 등 신개념의 제품을 연이어 성공시키고 CJ홈쇼핑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 홈쇼핑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 1월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사장은 '제일 좋은 생활문화 기업'이란 그룹의 비전을 구체화해 '인재, 기술, 스피드로 글로벌 푸드&바이오 컴퍼니'라는 목표를 세웠다. ■ 경영원칙
▦ 매출 두자릿수 성장 ▦ 영업이익률 1%P 향상 ▦ 자산효율성 강화 ▦ 스피드·정도(正道)경영 ▦ 글로벌라이제이션 ◇약력 ▦1951년 서울 출생 ▦1977년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1977년 제일제당 입사 ▦1993년 제일제당 상품기획실 실장(이사) ▦1996년 SC Johnson Korea(한국존슨) 사장 ▦2006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