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총재 간담회 내용] 북핵등 불확실성 고조 통화정책 현기조 유지

`갈수록 고조되는 불확실성`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 요지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최근까지만해도 올해 우리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선진국의 경기회복 속도,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 등에 불과했다. 하지만 북한이 전력 확보를 이유로 핵 재개발에 착수하자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박승 총재는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3대 변수로 ▲선진국의 경기회복 여부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북핵문제 전개 방향 등을 꼽았다. 공교롭게도 이들 변수는 우리의 노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해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올해 경제성장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외부의 불확실성이 높아 경제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나 소비자동향지수(CSI) 등 각종 체감경기지표는 계속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당분간 금리변동 없다=박 총재는 “앞으로 통화신용정책은 성장과 안정의 균형을 모색하되 성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성장을 뒷받침하고, 안정이 깨질 우려가 나타나면 안정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당분간은 현재의 정책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총재는 “지금 당장은 잠재성장률(5%대) 이상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른 금융통화위원들도 대체로 박 총재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가 악화될 경우 우리의 국가신용도도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경제불안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현재로서는 외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요인과 내려야 할 요인이 병존하고 있는 셈이다. 금통위 관계자는 “베네주엘라 소요사태로 국제유가가 최근들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금리 인상 요인이 커지고 있는 반면 북핵 문제 등의 변수로 성장기조가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통화신용정책은 기존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문제는 걱정없다=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혀 온 가계대출 문제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현재 가계부채가 420조원을 웃돌고 있지만 우리 경제하 흡수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가계대출 문제는 연착륙하고 있고, 얼마든지 연착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꺾이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각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1월보다도 축소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금수요가 많이 몰리는 연말에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가계대출은 더 이상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지만 가계대출 문제만은 얼마든지 정책수단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 압력 높아질 수도=박승 총재는 “올해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부문으로 흘러들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초부터 물가상승 압력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베네주엘라 소요 등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들먹이자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미 기름값을 일제히 인상했다. 또 버스 등 대중교통요금도 잇달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수요가 늘어나면 물가불안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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