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인터넷 공간을 달군 뉴스 중 하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실직 우려였다. FTA에서의 무역자유화로 기업들은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대 기회를 갖게 되지만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고 경쟁력이 취약할 경우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 위주로 사업 영역을 재구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실업이 발생하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고용 증대 추정치가 실업자 증가인원보다 더 큰, 즉 순고용이 플러스일 때 특정국가와의 FTA 체결은 타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일본과의 FTA 협상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순고용이 플러스가 될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확대, 기술 이전 등 경제협력조치에 일본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제조업 위주의 시장 개방을 고집하자 우리 정부는 더 이상 협상을 진행시키기 어려웠고 결국 협상이 중단됐다.
FTA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안정적인 해외시장의 확보, 개방을 통한 경제시스템의 선진화 및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측면이 더 우세하고 그 결과 순고용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생산성 증대 효과가 전체 경제에 확산되고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가 연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미국과의 FTA로도 5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기관(KIEP)의 보고서도 있다. 중국ㆍ일본 및 아세안과의 FTA가 완료될 경우 고용 창출 규모는 더 확대될 것이다. 이들 4개 지역과의 FTA 이행 과정에서 단기적인 실직 우려도 10만명 이상이 될 수 있지만 순고용 창출은 이보다 몇 배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다 안정된 일자리로의 재취업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올 4월부터 발효될 무역조정지원제도이다.
FTA 체결시 국가 전체로는 상당한 경제이익을 기대할 수 있더라도 협정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 압력을 완화시키고 구조조정에 기인하는 마찰적 실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2003년 미국 등과의 FTA 추진을 명시한 FTA 로드맵이 확정되고 구체화됨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2004년 말부터 무역구조조정지원법 제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오는 4월부터 무역 개방으로 인해 실직한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거대경제권과의 FTA 발효 이전에 이러한 재취업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일부에서는 미국과의 FTA가 준비 없이 추진됐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미 2004년부터 보완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을 반대론자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지원제도 없이 미국과의 FTA가 발효될 경우 예상되는 국민들의 우려를 감안할 때 미리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하고 시행령까지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직근로자에 대한 지원 내용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노동부가 관장하는 기존 지원제도, 정부 재정 여건, 외국의 사례, 보조금에 대한 국제 규범 등을 고려해서 지원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지원 요건의 대폭 완화 주장도 있으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점도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체감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FTA로 인한 고용 불안 뉴스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FTA는 고용을 확대시키고 국민 경제 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FTA로 인한 경제 이익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현되므로 추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FTA 경제 이익은 주로 어느 국가와 어떤 형태의 협정을 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순수출 확대 규모와 더불어 내부 경제제도 개혁도 FTA 이익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된다. 특히 미국과의 FTA에서는 후자의 중요성이 클 것이고 중국과는 전자로 인한 순고용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