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재원 마련법 첫 단추 끼웠다

'사전적립' 법안 각의 의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정부가 통일재원 마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통일 이후 한반도의 안정적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남북협력기금 계정을 앞으로 남북협력계정과 통일계정으로 분리해 재원을 조성하며 조성 방법 등을 구체화했다.

정부는 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통일재원 사전 적립을 위한 법제화 작업의 첫 단추를 채웠다.

정부는 우선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해 남북협력기금법에서 '남북협력 및 통일기금법'으로 법률 명칭을 바꿨다. 통일재원 조성 방법으로는 ▦정부 출연금 및 정부 외의 자의 기부금품 ▦남북협력계정으로부터의 전입금 ▦다른 법률에서 정한 전입금 또는 출연금 ▦통일계정의 운용 수익금 등을 적시했다. 정부 출연금이나 민간의 자발적 기부에 초점을 맞추되 이른바 통일세 등 세금 부과는 배제했다. 아울러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통일부장관이 통일재원 모금을 위해 모집 담당기관을 지정할 수 있고 개인∙법인∙단체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통일 비용 추산이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연구 시점과 통일 예상시기, 통일 방식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탓이다. 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2011년 발표)는 오는 2020년 통일시 최대 1,261조원이, 2040년 통일시 3,277조원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미래기획위원회(2010년 발표)는 점진적 통일시 322조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하며 이견을 보일 정도다.

정부는 사전 적립할 통일재원 규모로 55조원을 염두에 두고 있어 독일 통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흡수통일 방식인 독일 통일은 준비 없이 통일을 맞이하며 그 과정에서 적잖은 재정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민적 반발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당장 이번 법률안에 적시된 정부 출연금이나 민간 모금 등으로 55조원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앞으로 국민의 주머니 사정 등 여건이 좋아지면 세금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통일재원 적립을 골자로 하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지만 여야 이견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정부는 통일 준비 활성화 일환으로 통일 준비를 형상화한 '통일항아리' 배지 1,000개를 제작, 배포하기로 했다. 흰색 바탕의 배지에는 '평화통일'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날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첫 배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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