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업을 맘껏 뛰게 하려면


"2014년 새해는 기업들에 '첩첩산중(疊疊山中)'의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만난 한 대기업 임원에게 내년도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글로벌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선진국은 물론 주요 신흥시장들마저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입고 있는 기업들에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라는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248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경제전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내년 경영방침을 '긴축경영' 또는 '현상유지'로 설정했다. 반면 올해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21.5%에 불과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는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각종 규제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 속에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3일에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등 노동 관련 법안들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제민주화 이슈들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환율변동 등의 경제적 변수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어느 정도 위험을 예측할 수 있지만 경제민주화 법안과 같은 경제외적 변수는 예측 자체가 힘들어 기업들의 입장에선 더욱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이제 2013년 한 해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말의 해'인 새해에는 거침없이 내달리는 말처럼 우리 기업인들도 맘껏 전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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