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여름철 최초로 기업들에 강제 절전규제를 도입한다. 전력 의무 감축률을 최대 15%까지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하계 전력수급대책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2기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여름철 최초로 강제 절전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절전규제는 기업들에 전력피크 시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감축하도록 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동계에는 이 대책이 몇번 실시됐지만 하계에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월 정부의 동계 절전규제는 계약전력 3,000kW 이상 6,000여개 대형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달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력피크 시간에 업종별로 3~10%의 감축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은 3%, 가전 부문은 7%를 감축해야 했고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에는 10% 의무 감축률이 부과됐다.
정부는 올 여름 전력수급 상황이 더욱 심각한 만큼 최대 15%까지 의무 감축률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절전규제 대상 사업장 숫자는 지난 겨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을 너무 늘릴 경우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동계에 계약전력 1,000kW 이상 1만4,000여곳에 10%의 일률 감축의무를 부과했으나 기업들이 이행하지 않아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자 지난해 적용 대상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업계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제 절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전력수급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절전규제는 기업들에는 고통이지만 실시할 경우 전력피크 시간에 250만kW가량의 전력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위조부품 파동으로 가동이 중단된 원전 2기의 전력 생산량을 상쇄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는 이 같은 절전규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지정기간 수요관리제도를 도입해 대기업들의 휴가를 최대한 8월 마지막 주까지 분산시킬 계획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수급상황이 8월 말까지도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8월 마지막 주에 학교들이 방학을 마치고 개교하면서 전력수요가 늘기 때문에 기업들의 휴가를 보다 장기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 겨울 최초로 도입했던 선택형 최대피크요금제(CPP)를 확대하기로 했다. CPP는 피크일과 피크시간대에 기존 요금보다 할증된 요금을, 비피크일‧비피크시간대에는 할인된 요금을 적용하는 전기요금제도다. 피크와 비피크 사이의 요금격차는 5배 정도가 벌어진다.
정부는 지난 겨울 중소 수용가(전력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CPP를 도입됐지만 참여한 수용가가 800여곳에 불과해 사실상 전력감축 효과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이에 따라 CPP의 대상과 요금 갭을 조정해 고객유인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또 율촌복합(59만kW), 신울산복합(58만kW) 등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인 화력발전소들을 7월 중순까지 준공하도록 하고 냉방기를 가동한 채 상점 문을 여는 '개문냉방' 행위를 집중 단속해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례를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