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DBS, 외환銀 인수 가능성은

싱가포르 DBS(옛 싱가포르개발은행)가 독자적으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며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상당한 자금력과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외환은행 내부 선호도 등에서도 국민, 하나은행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인 테마섹과의 관계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최대주주 자격을 획득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DBS의 독자인수 추진에 대한 진위 논란은 여전하다. ◇DBS 다크호스 부상..신용도가 무기 DBS은행 잭슨 타이(Jackson Tai) 행장(CEO)은 1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환(環)아시아 은행그룹 형성을 추진할 것"이라며 전날 인수제안서 제출 이유를 밝혔다. 은행권은 DBS가 자금력 등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들과 비교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DBS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1천802억싱가포르달러로 원화로 환산할 경우하나은행과 맞먹는 109조원 수준이다. 당기 순이익도 1조원 수준으로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이나, 하나은행과는 비슷하다. 특히 DBS의 국제신용등급은 피치사 기준으로 `AA-'로 국민은행 A와 하나은행 A-에 비해 두단계와 세단계 높은 수준이다. 국제시장에서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타이 행장이 "아시아에서 최고 신용등급을 갖고 자본시장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되는 은행이라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며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는 국내은행들과 달리 독자적인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외환銀 `은행명.인력 유지'에 호감..외자 부정적 시각도 여전 외환은행 내부 분위기도 과거 하나은행과 제휴해 인수를 추진했을 때와는 달라지고 있다. DBS가 싱가포르 우체국 금융부문 지분 100%를 인수해 설립한 포스뱅크(POS Bank)처럼 기존 행명과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기로 한 데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도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타이 행장은 "DBS와 외환은행은 중복 영역이 없어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구조조정 없이 한국내 영업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외국계의 폐해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국민이나 하나은행도 외국자본이 80% 수준이라 외환은행 인수에 국적을 기준으로 해서는안된다고 본다"며 "흡수합병해 외환은행을 없애겠다는 쪽보다는 외환은행의 경쟁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일부 외국계 펀드의 `먹튀` 성격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론스타가 탈세와 불법 외환거래 등으로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당한 상황이라 테마섹 펀드가 대주주인 DBS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또한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의 관계를 들어 국내 은행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칼자루는 당국 손에..DBS 의지 여전히 의문 특히 테마섹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돼 있는 점이 DBS의외환은행 인수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DBS조차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될 경우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DBS가 테마섹과의 관계 해명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타이 행장은 "테마섹이 27%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사회 12명 가운데 2명이 참여하고 있으나, 이사나 경영진 임명권은 없다"며 "미국과 유럽 기관투자자 지분이 50%를 차지하고 있어 테마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DBS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DBS가 자의든 타의든 독자적 인수대신 제휴를통한 인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DBS 역시 당국 규제로 외환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DBS에서 1년전부터 외환은행 인수를 구상했다고 밝혔으나, 처음부터 독자적 인수를 추진하지 않았던 데다 "한국 국민과 당국이 반대하면 입장을 밀어붙이지 않을것"이라며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론스타같은 외국계 주주를 선호할 수도 있으나, 싱가포르 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우리나라 은행 산업의 아시아와 세계진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독자인수를 추진하지 않았던 곳이라 생각만큼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대주주 자격 적격성 여부는 DBS가 정식으로 주식 취득승인을 요청해와야 검토가 가능하다"며 "최종 인수자가 되더라도 테마섹처럼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10% 이상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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