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자금'…조성숫법과 사용처 주목

김재록씨 로비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향후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다른 기업까지 확대키로 함에 따라 과거재계의 비자금 조성 및 정경 유착 등과 관련한 파문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주요 그룹에서 비자금을 '관행'처럼 조성해 대선자금이나 정.관계로비 등에 사용했다가 총수들까지 사법처리됐던 전례 등을 들어 "더 이상 비자금이나 로비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최근 수사 확대 방침이 '엄포용'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사에서 재계의 비자금이나 로비 파문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큰 상태여서 과거 재계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사건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과거 비자금은 '관행'..정.관계 로비가 주목적 = 30일 재계에 따르면 과거국내 주요 그룹들은 마치 '관행'처럼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대선자금 등 정.관계로비에 주로 사용했다가 처벌을 받는 전력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과거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현대차그룹도 2003-2004년 대기업 전반에 걸친 대선자금 수사때 한나라당에 불법자금 100억원을 건넸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아 김동진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정몽구 회장은 "대선 자금 제공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입건 조치됐다. SK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때 비자금 100억원을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에게, 11억원을 최도술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이 확인돼 당시 손길승 그룹 회장이구속되고 김창근 부회장도 사법처리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004년말 대한생명 인수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서 정.관계로비자금 등으로 8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해외에서 귀국을 미룬 김승연 회장은 검찰의 예봉을 피했고, 대신 그룹 2인자인 김연배 부회장이 사법처리됐다. ◇ 총수 일가 유용도..건설사가 비자금 '창구' = 두산그룹의 박용오, 박용성 전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은 최근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생활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1999년 외국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엔진 제작사로부터리베이트를 받아 국내반입분 1천161억원을 허위전표를 작성해 변칙 회계처리하는 방법으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 회장이 빼돌린 돈은 조 회장 가족들의 개인세금 납부와 유상증자 대금 납입등 대부분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용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 사회적 비난을받은 바 있다. 특히 주요 그룹의 계열사 등 건설회사는 '비자금 창구'로 통한다. 현장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자재비, 인거비 등을 올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용이한 구조탓이다. 2003년 진행된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에서도 주요 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그룹의 계열 건설사가 지목돼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아야 했다. 실제 두산은 두산산업개발의 전신인 두산건설이 협력업체에 외주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후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으며, 회계법인 감사를 피하려고 가짜 공사원가 전표를 제출해 분식회계도 시도했다. 롯데건설도 지난해 임승남 사장이 2003년 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협력업체에공사비를 과다지급한 뒤 차액을 반환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43억여원을 조성, 횡령한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임 사장은 비자금중 10억원을 불법 정치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더 이상 비자금은 없다..윤리경영 강화 =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불법자금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아야겠다고 뼈저리게느껴 회사의 공식자금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용도에는 개인 돈을 썼으면 썼지 비자금을 만들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옛 안기부 'X파일'에 드러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역시 이 회장은물론 관련 실무자들이 일관되게 "제공된 돈은 모두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이라고 검찰에 진술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가 연루되기 십상이고 그룹내 담당자 여러명이 실무적인 일을 맡아야 하는데, 요즘 세상에 감옥행을 각오하고 그런 일을 맡겠다는 임직원도 없으며 비밀도 지켜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SK도 지난 대선자금 수사때 손 전 회장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난 뒤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중요한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는 만큼 사태 재발의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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