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마케팅의 진화

돌직구 대신 스토리텔링
로고·제품 직접 노출하던 PPL서 소비자 참여유발 '소셜 웹툰'으로
작가와 협업 통해 콘텐츠 제작… 젊은 고객 호감도·충성도 높여


웹툰(인터넷 연재만화)을 이용한 브랜드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1세대 웹툰 마케팅이 기업의 브랜드 로고나 제품을 웹툰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PPL(간접광고)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참여가 전제된 '소셜 웹툰'이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형국이다. 브랜드는 부각시키지 않은 채 홈페이지나 쇼핑몰에 웹툰 콘텐츠를 연재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처음부터 웹툰 작가와 협업해 제품이나 브랜드 철학을 담은 이야기를 개발해 상업적 거부감을 차단하는 식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문화 놀이를 통해 브랜드 호감도와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 FnC의 남성캐주얼 '시리즈'는 온라인편집몰 '바이시리즈'에 이현세·하일권 등 국내 대표 웹툰 작가의 콘텐츠를 연재하는 '웹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일권 작가의 '도밍고씨의 흥하는 흥신소' 웹툰은 20·30대 남성의 연애, 인간관계, 패션 등의 고민을 30컷 안팎의 짧은 그림과 이야기에 녹여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회사 측은 "상품 및 브랜드 정보만 제공했던 통상적인 온라인몰 특성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웹툰을 통해 재미있는 문화소비 공간으로 잠재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포털 다음의 웹툰 'PEAK'에 협찬사로 참여했다. 웹툰 중간중간 등산복·신발 그림에 코오롱 제품 디자인과 로고를 넣는 PPL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의도적인 PPL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자 회사는 온라인몰을 웹툰을 즐기는 젊은 층의 문화소통 창구(gate)로 바꿨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히 웹툰에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보다 중장기적으로 웹툰 구독을 통해 꾸준히 온라인몰을 방문하게 만드는 게 효율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더한 '소셜 웹툰'으로 미래 고객 붙잡기에 나선 기업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이니스프리는 지난 1~2월 '크리미 틴트 립무스' 출시를 기념해 디지털 캠페인 '소셜웹툰 - 입술로 말해요'를 진행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순정 만화 '궁'의 박소희 작가가 만든 여대생의 캠퍼스 러브스토리 혹은 커리어우먼의 러브스토리 중 하나의 이야기 틀을 선택해 본인 사진을 올리면, 그 사진이 웹툰 속 여자 주인공의 얼굴로 바뀌면서 순정 만화가 시작되는 형태다. 김윤혜 이니스프리 마케팅 팀장은 "캠페인 동안 15만8,000건에 달하는 소셜 웹툰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며 "놀이하듯 즐기는 과정 자체가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1월 남성용 수분크림 포레스트 포맨 '울트라 올인원 크림' 출시에 맞춰 김철현 작가와 협업, 웹툰 '포내수투 숲의 협객' 을 제작하기도 했다. 메마른 세상을 수분으로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로, 제품의 강력한 수분 능력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브랜드 내용을 상업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그려 기존 웹툰 독자들에게도 큰 반감 없이 다가갔고, 잠재고객 확보에도 일조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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