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안 이젠 中企의 생명줄] <3> 산업 기밀의 파수꾼들

국정원 중심 24시간 거미줄 감시
중기청선 보안장비 개발·구축등 자금 지원
중기 기술정보진흥원·중진공도 "보안 한몫"


취약하기 짝이 없는 중소업체들의 산업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서 숨은 파수꾼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 다양한 정부기관에 속한 이들은 회사 산업기밀 지키기에 소홀한 중소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은밀히 산업현장을 누비고 있는 것. 중소업체들의 산업기밀 유출 방지, 즉 보안 서비스를 통해 국가경제의 토대가 되는 이들의 산업경쟁력 유출을 막고 더 나아가 국부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발벗고 나서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지난해 10월 어느날 밤11시께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당직실. 산업기밀보호 상담전화 111번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당직근무자 A요원은 다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최근 차세대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연구원 B씨가 갑자기 이민을 간다며 일주일 뒤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뭔가 이상하다”며 도와달라는 중소 반도체 전문기업 C사장의 제보였다. 다음날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즉시 사건전담반을 구성, C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정황을 듣고 바로 내사를 벌였다 ◇산업보안의 첨병 국가정보원=사건전담반은 2교대로 24시간 B씨 주변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해 B씨가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는 사실과 같이 출국할 공범들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전담반은 이 내용을 검찰에 넘겨 B씨와 공범들을 긴급 체포하도록 했다. 압수한 컴퓨터에서 회사 산업기술과 그동안 주고 받은 e메일이 나와 증거도 확보했다. 산업기밀보호센터 사건전담반에 참여했던 A요원은 “유출을 시도했던 반도체 관련 자료가 공장을 하나 세우고도 남을 정도로 방대한 양으로 어렵게 진행했던 수사를 잘 마무리해 산업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보안체계 구축은 정부의 자금활용을=사건전담반은 후속처리의 일환으로 보안진단 요원들과 함께 C사장을 다시 방문, 회사 전반의 보안체계 및 인원과 문서ㆍ시설ㆍ정보보안 등 5개 분야를 점검했다. 예상대로 초기 수준의 보안 테스트 프로그램만을 가동해 회사 내부를 둘러본 결과 10여 곳 이상에서 보안상 허점을 발견했다. 보안진단 결과를 토대로 사건전담반은 C사장이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과 예산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기술유출방지사업’을 소개, 담당부서와 연결시켜주었다. 기술유출방지사업은 중소기업의 보안체계 구축을 위해 독립형 보안장비와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총 개발 소요비용의 75% 이내, 1억원 한도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중소기업청과 함께 전국 국가산업단지공단 중심으로 추진하는 보안교육 참여와 산업 스파이 대응 매뉴얼 습득, 보안관리규정 강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기술유출방지사업 전담부서인 중기청 경영정보화혁신팀의 권순재 사무관은 “국내 중소업체들의 산업보안 관련 투자는 2% 미만에 불과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10% 이상 투자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정부도 이런 현황을 파악하고 지난해 대비 7개 늘어난 3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보안활동에 소홀한 중소 업체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활동 첨병으로 우리도 뛴다=전국 중소 업체들의 보안활동 캠페인과 보안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중소기업청의 기술유출방지사업 수탁기관. 보안 시스템 구축과 보안체계 컨설팅 등 중소 업체들의 보안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업체별로 최고 1,500만원의 자금도 지원한다. 특히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 솔루션 업체를 선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철저한 사전대응 방안을 강구해준다. 중소업체들의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보안활동에 한몫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와 함께 전국 4개 연수원을 통해 중소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 중소기업 산업기술 유출실태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산업 스파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보안활동을 독려한다. 지난해부터는 해외에 진출한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직접 현지에서 보안 관련 세미나와 특강 등을 하고 있다. 오성연 중소기업진흥공단 국제협력사업처장은 “연수원에서 실시한 세미나는 기술유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중소기업 스스로가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분기 1회 진행하는 것을 매월 실시로 확대해 중소업체들이 산업 스파이 활동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게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기획 : 국가정보원ㆍ중소기업청ㆍ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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