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Any time), 어디서(Any space), 어떤 단말기(Any device)로나 지연없이, 끊김없이 접속할 수 있는 꿈의 네트워크가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 생활화에 성공한 한국이 현재 1~2Mbps의 `초고속`을 넘어 50~100Mbps라는 `꿈의 속도`로 정지중에는 물론이고 이동중에도 실현하는 차세대네트워크(NGcNㆍNext Generation Convergence Network)를 구축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통신이 일상화하고 방송과 융합된 고수준의 콘텐츠를 즐기며 어떤 단말기로 무엇이든 컨트롤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수 많은 콘텐츠가 이 망을 배경으로 축적, 융합돼 역사의 `수레바퀴`를 `고속철`로 만들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네트워크를 오는 2010년까지 구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업계와 더불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 같은 NGcN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는 것으로 루슨트ㆍ노텔ㆍ알카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들이 테스트베드로 삼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화-인터넷망 통합= NGcN은 음성(전화)과 데이타(인터넷),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이 통합되고 고속ㆍ고품질로 시간ㆍ장소 구애 받지않고 서비스되는 망이다.
먼저 전화망을 인터넷망에 통합시키는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은 데이타가 있을 때만 1,024비트 단위로 주소를 달고 해당 서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패킷` 전달방식을 쓴다. 반면 전화는 음성에 대해 쓰든 안 쓰든 항상 쌍방간의 통로를 열어주는 `써킷`방식을 사용, 품질이 비교적 좋더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이타 시대에는 비효율적이다. 특히 유ㆍ무선에서 모두 인터넷망과 전화망이 분리 운영돼 망 운영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간다. 정부와 업계는 이 같은 비효율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가능토록 전화ㆍ인터넷망의 통합 작업을 오는 2006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교환기를 뜯어내는 대신, 패킷 전환을 담당하는 게이트웨이와 제어하는 소프트스위치를 설치, 인터넷망에 붙이는 것이다.
유ㆍ무선망의 통합도 중요한 과제다. 무선의 경우 커버리지가 가장 좁은 무선랜망(AP로부터 50~100m), 다음으로 큰 휴대인터넷망(주요도시), 이동전화망(전국)을 연동시켜 어디서든지 별도 조작없이 이용이 가능하고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유선기기에 올려놓으면 접속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선에 가까울수록 속도는 빨라지고 저렴해지게 하는 것이다. 결국 결합서비스를 의미한다. 현재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방송ㆍ통신의 통합은 TV, 휴대폰, 스마트폰, PDA, 텔래메틱스 단말기 등 어떤 단말기에서든 방송과 통신(인터넷)서비스가 가능케 하고 융합 서비스가 나오게 한다는 개념. 현재 케이블망에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의 융합속도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망은 웬만한 트래픽이나 바이러스에 흔들리지 않도록 품질이 보장되는 MPLS 또는 ATM 방식으로 거듭나고 6자리 인터넷(IPㆍInternet Protocol) 주소가 도입된다. 6자리 주소는 전화기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가전이 IP 주소를 갖게 되면서 주소 자원이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9자리 주소를 추진 중이다.
물론 속도를 늘리기 위한 작업도 중요하다. VDSLㆍAP 등 전송장비 업그레이드는 물론 가입자망(전화, 케이블)을 점차 광케이블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기업단ㆍ소비자단에서는 벌써 IP화 활발= 네트워크는 크게 가입자에게 연결되는 가입자망과 가입자끼리를 중간에서 연결시켜주는 기간망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가입자망의 말단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사내망을 IP로 전환시키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등 콜센터가 IP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거의 공짜인 인터넷전화ㆍ이메일ㆍ메신저ㆍ휴대폰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의 벤처 인터넷전화서비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전화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략상품 발굴이 과제= 전화가 인터넷에 통합되는, 올 아이피(All IP)시대에는 기존 전화 서비스 업체들이 위기를 맞는다. 인터넷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요금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화서비스 업체들은 현재 위기의식을 갖고 돈을 내고도 사용할만한 멀티미디어급의 대안 서비스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KT는 네트워크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솔루션을 임대해주는 역할, 콘텐츠 디벨로퍼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NGcN 시대에는 멀티미디어 통신이 일상화된다.
▲PCㆍ카메라ㆍ음성인식ㆍ위치기반 기능이 결합돼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서비스
▲사용자의 물음에 지능적으로 답해주는 지식검색도구서비스
▲시각적 센서 기능이 부가된 친구 찾기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연구되고 있다.
KTㆍSKT 등 "2006년까지 음성-데이타 통합"
■업체별 추진전략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NGcN 시대를 위해 전화망과 인터넷망의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KTㆍSK텔레콤ㆍ하나로통신ㆍLG계열 등은 모두 2006년까지는 음성과 데이타의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유ㆍ무선 통합은 KT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방송ㆍ통신 융합은 케이블망을 가진 데이콤과 파워콤이 주력하고 있다.
◇KT = 다양한 서비스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가장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음성ㆍ데이터 통합에 필요한 장비는
▲음성을 패킷으로 전환하는 액세스 게이트웨이
▲인터넷망과 기존의 서킷 전화망의 연결을 담당하는 트렁크 게이트웨이ㆍ시그널링 게이트웨이
▲각종 게이트웨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스위치로 구성된다. KT는 이미 지난해부터 반전자교환기를 서킷ㆍ패킷 신호를 모두 수용하는 액세스게이트웨이로 교체해왔다. 올해는 소프트스위치와 트렁크 게이트웨이를 도입하고 있다. 유ㆍ무선 통합부문에서 이미 KTF와 무선랜을 결합시킨 `네스팟 스윙` 서비스를 출시했고 이동 중에는 휴대폰, 집에서는 유선전화를 쓰는 `원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 연말부터 도입되는 3세대 이동통신 WCDMA부터 전화망과 무선인터넷망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통합기반을 열어두고 서킷 기반으로 운용하며 2004년부터는 서킷기반과 패킷기반의 이동전화를 공존토록 해서 패킷기반 서비스를 고품질과 일반품질로 나누기로 했다. SK텔레콤 네트워크 연구팀 신용식 박사는 “2006년까지 3세대 서비스의 음성ㆍ데이터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IS95A/B망과 현재 가입자 절반을 가진 CDMA2000 1x, EV-DO망은 서킷기반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휴대인터넷과 이동 중 고화질 시청이 가능한 DMB 서비스를 도입해 결합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접속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하나로통신= NGcN을 기존 네트워크의 확장 개념으로 인식, 처음 망을 구축할 때부터 일반전화ㆍ초고속인터넷ㆍ전용회선이 연동되도록 설계했다. 연말까지 패킷망 기반을 확충해 확대해나가고 2005년부터는 차세대 통신규약(프로토콜)을 도입하며 2006년에는 완전히 음성과 데이타를 통합할 계획. 플랫폼은 다양한 솔루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구축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구축한다. 휴대인터넷을 도입해 무선랜, 전화와 연계 서비스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회사와 제휴한다는 구상이다.
◇LG 계열= 파워콤이 보유한 케이블망이 KT의 전화망에 비해 우월한 점을 활용해 방송ㆍ통신 융합을 적극 모색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케이블망은 전파의 대역폭을 최대 860MHz까지나 이용할 수 있지만 전화망은 30MHz에 그치는데다 디스램과의 거리가 2km이상만 되면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데이콤망은 NGN시대의 기간망으로, 파워콤망은 NGcN시대의 가입자망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연말부터 초고속인터넷ㆍ인터넷전화ㆍ 디지털케이블방송의 결합서비스를 할 예정. 장기적으로는 LG텔레콤의 이동통신과 휴대인터넷을 저가로 결합시켜 시장에 파고든다는 구상이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