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남대문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 전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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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최악은 지났지만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한은, 기준금리 2% 동결"통화긴축 논할 단계 아니다" 당분간 금리동결 시사"과잉 유동성 우려 기우… 환율 급락은 더 지켜볼것"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남대문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 전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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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그렇다고 현저하게 개선된 것도 없다"고 평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과잉유동성 문제와 통화정책 변경, 환율급락 등에 대한 중앙은행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과잉유동성은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며 통화정책은 긴축을 논할 때가 아니어서 한동안 금리동결을 지속하고 환율은 급락했지만 아직 행동에 나설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경기에 대한 이 총재의 진단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한결 여유가 묻어났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현저하게 개선된 것은 아직 없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전망이 썩 좋지 않아 우리나라의 수출여건이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며 "내수 쪽에서도 고용이 감소하고 있고 소비수요가 크게 살아나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으며 설비투자도 좋아지는 기미가 아직 없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경기후퇴는 아니지만 현저하게 살아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아직은 불안요소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난해 12월이나 올해 1월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도 이날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완만하나마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겠으나 상ㆍ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경기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이 총재의 답변을 뒷받침했다.
◇금융완화 기조 지속 방침=이 총재는 한동안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 이후 긴축정책으로의 선회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 상황은 아직 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못박은 뒤 "통화정책은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때에 다 같이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경제주체들이 경기가 살아났다고 동의할 때 비로소 긴축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 2.0%는 실물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비춰 상당한 정도의 금융완화 기조여서 당분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한동안 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시사했다.
◇과잉유동성 걱정은 기우=이 총재는 과잉유동성에 대해 걱정할 단계는 아님을 내비쳤다. 그는 유동성을 판단하는 큰 지표는 광의통화(M2), 광의유동성(L), 금융기관유동성(Lf) 등인데 이는 최근 유동성 증가속도가 떨어져왔으며 반면 현금화가 용이한 좁은 유동성지표인 M1은 증가율이 상당히 빨랐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지표 기준으로는 유동성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실은 모양새다.
이 총재는 "결국 과잉이냐 아니냐는 실물경제와의 관계에서 금융중개가 원활히 돌아가느냐 아니면 어떤 부문에 문제를 일으키느냐로 판단해봐야 한다"며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환율, 행동에 나설 상황 아니다"=환율 급락에 대해 이 총재는 '관망론'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가격변수가 움직일 때는 다 이유가 있다"며 "시장 흐름에 따라 움직이도록 지켜보는 게 정책당국의 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을) 일일이 어떻게 관리해보겠다는 것보다는 궤도를 크게 벗어나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때는 경고도 하고 행동도 해야 된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환율이 1,200원대로 급락했지만 아직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어 당분간 더 지켜보겠다는 의중으로 파악된다. 한마디로 현 시점에서 시장개입은 불가하다는 속내다.
이 같은 '관망론'은 이 총재의 환율-수출효과 설명에서도 잘 묻어난다. 그는 "환율은 경제 각 분야의 현상을 반영하는 가격변수여서 수출 입장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물가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환율변동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만 듣고 시장 개입에 나설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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