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삶 그리고] 홍의석 신영중공업 사장

'반디호' 美 수출 항공사업 날개 '활짝'
家業 남양어망서 조선기자재로 사업전환…"미래 성장동력 확보" 반디호 상용화 참여
국내외 업체와 제휴, 무인기로 개조도 추진


국내에서 개발된 소형 민간 항공기가 지난 10월 말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됐다. 미국 프락시 에이비에이션사에 납품된 이 항공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하고, 신영중공업이 생산한 4인승 ‘반디호(Firefly).’ 시속 300㎞로 순항하고 한 번 급유로 1,850㎞를 날 수 있는 반디호(전장 6.6m, 전폭 10.4m)의 대당 가격은 29만 달러(한화 약 2억7,500만원). 프락시 에이비에이션은 향후 2년간 60대(1,740만 달러)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어서 조선기자재 업체인 신영중공업이 항공사업이란 새 날개를 펼치며 힘하게 비상(飛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신영중공업의 홍의석(45) 사장은 요즘 엔도르핀이 넘쳐난다. 가슴 졸이던 반디호 사업이 순항궤도에 접어들었고,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중인 LNG선 가스시스템(BOG 재액화장치) 국산화 프로젝트도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자연대(81학번)에 다니다 기계공학과(83학번)로 말을 갈아탄 홍 사장은 졸업 후 대한항공에 입사해 ‘창공 91’이라는 5인승 소형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시제기 2대를 만들어 비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상호항공안전협정(BASA)에 가입하지 않아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나자 사업은 중단됐다. 미국 유학을 결심한 홍 사장은 “가업을 이으라”는 부친(남양어망 창업자인 홍순기 전 목포상의 회장)의 지시에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꿔 뉴욕대에서 MBA를 딴 뒤 귀국해 91년 남양어망에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8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며 목포지역에서 잘 나가던 남양어망은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수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한라중공업이 전남 영암에 조선소를 건립하자 96년 조선기자재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노르웨이 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데크 크레인ㆍ머쉬너리 등 선박용 유압기자재를 납품한 것. 하지만 2년도 안돼 한라중공업이 부도를 내고 IMF 외환위기까지 엄습하자 홍 사장은 공장 부지를 매각해 부채를 갚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다행히 2001년 한라중공업이 현대중공업에 인수돼 현대삼호중공업으로 거듭나면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홍 사장이 반디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말. 항우연에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위성(KSR-Ⅲ)의 로켓발사대를 설계ㆍ제작해 납품한 그에게 반디호 상용화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 당초 참여키로 했던 업체가 ‘투자비는 많이 드는데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포기한 뒤였다. 대한항공 재직 시절의 경험으로 이 사업의 생리를 잘 알던 그는 고민 끝에 완제품이 아닌 키트(KIT) 형태로 수출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항우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홍 사장은 “반디호는 수평 꼬리날개가 동체 앞쪽에 있고 프로펠러가 뒤에서 밀어주는 푸시(push) 타입이어서 앞 부분에 각종 장비를 실어 정찰ㆍ군사용 무인비행기로 개조하는 데 유리하다”며 “국내외 전자제어ㆍ정보기술(IT) 관련 업체ㆍ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대당 10억원 안팎에 판매할 수 있는 무인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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