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연착륙 강한 자신감
FRB 경제보고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경기의 연착륙(소프트 랜딩)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기둔화 속도가 지나쳐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하드 랜딩)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FRB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지역 경제보고서(베이지북)을 통해 9~10월중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그동안 과열됐던 경기가 서서히 안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로저 퍼거슨 FRB부의장은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지만 FRB가 그동안 취해왔던 조치들이 거의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연착륙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말했다.
또 1일 발표된 10월중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도 전월의 49.9에서 48.3으로 낮아져 3개월 연속 50미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지표중 가장 먼저 발표되는 NAPM지수가 50미만이라는 것은 소비를 줄이는 성향이 훨씬 강함을 의미한다.
이날 발표된 베이지북은 애틀랜타 FRB가 10월23일까지의 조사에 근거해 작성한 것으로 오는 15일 열리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금리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베이지북은 각 지역 FRB의 보고를 근거해 지역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축주택 매매 및 건축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시장까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그러나 노동시장은 여전히 빡빡한 상태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임금상승 압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둔화에도 불구, 아직도 일자리가 많은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숙련노동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경우 숙련 노동자가 부족해 임금이 오르고 있는 추세이며 세인트루이스 등 중서부나 샌프란시스코같은 곳에서는 숙련노동자뿐 아니라 비숙련노동자조차 찾기 어렵다고 기업들이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빡빡한 노동시장에 유가 상승, 수입품과의 치열한 경쟁 등이 덧붙여져 일부 제조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FRB는 지적했다.
하지만 빡빡한 노동시장, 유가 상승 등의 원가 상승부담에도 불구, 경쟁이 워낙 치열해 많은 제조업체들이 제품가격 상승을 통해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베이지북은 보고했다.
비용(코스트)측면에서 보면 물가상승 압력이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물가상승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많은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다시 말해 가격을 올리고 있는 분야는 운송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베이지북과 NAPM지수 등을 고려할 때 15일의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히려 내년 초에는 경기둔화가 뚜렷해질 것이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적지않다.
그러나 아직까진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임금 및 유가 상승부담을 소화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가격 인상으로 나타나면서 인플레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진작에 나서 야 할 FRB가 물가불안으로 인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착륙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FRB와는 달리 경착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은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11/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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