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경제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정 대표, 조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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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대한민국은 2~3년 이상 저성장, 그리고 민생고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박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프라자호텔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조순 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열린 민주당 주최 ‘경제원로 초청 간담회’에 참석, “저성장 고물가의 장기침체 시대가 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곳보다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면서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장기침체는 적어도 4~5년 이상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세계 시장보다 짧은 기간 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박 전 총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론으로 야당에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자본ㆍ산업자본 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에 협조했으면 좋겠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도 빨리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 측에는 서민을 위한 경기부양을 주문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는 깊은 터널을 통과 중이고 완전히 통과하려면 앞으로 1~2년 더 가야 한다”며 “(금융위기는) 당연히 실물경기 침체로 나타나는 데 지금은 초입단계”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박 전 총재는 특히 “정책의 초점을 성장우선 정책으로 하다 보면 양극화 심화와 빈부격차 확대, 민생고 가중으로 나갈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ㆍ부유층 중심의 성장우선 정책보다는 민생안정 우선정책으로 정책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훈수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가 ▦부자용 감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또는 폐지) 및 수도권 규제완화의 유보 ▦실업구제 ▦공공투자 증대 ▦사회안전망 강화 ▦공기업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 반대 등 국민의 지지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투쟁해야 하지만 민생과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해줘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우리 재정은 아직 튼튼하고 통합재정수지로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정도 흑자가 나고 있다”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우리의 금리도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어 이것을 경제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쓸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규제개혁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기업규제 완화방침 유지를 주문했으며 “개방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절대로 축소하거나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금융위기에 대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한꺼번에 끝나지 않고 저성장 기조로 갈 것”이라며 “정부ㆍ여당ㆍ야당을 비롯해 총력을 기울여 나라의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