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투자인색 동북아 중추항만 '먹구름'

우리나라가 최근 몇 년간 항만 개발 투자에 인색, 동북아 중추항만 선점 경쟁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이에 따라 지난해 세계 3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부상한 부산항마저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경쟁 항만들에 밀려 2류 항만으로 추락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폭증하는 동북아 물동량=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간 6.7%씩 늘어나면서 99년 2억TEU를 돌파했으며 2011년에는 4억3,000만TEU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동북아는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으로 부상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연간 8.1%씩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항만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모선 1척이 입항할 때마다 9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환적 컨테이너 1TEU를 처리할 때마다 220달러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싱가포르 항만산업의 부가가치는 연간 164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1.5%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꽃튀는 항만투자 경쟁=세계 5대 항만 중 4개, 20대 항만 중 12개가 아시아지역에 있다. 현재 아시아 9대항은 모두 164선석(船席)이지만 2020년에는 279선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컨테이너 처리실적 세계 1, 2위를 지키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항만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은 곳이다. 홍콩항은 장래 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9호 컨테이너터미널을 개발하는 등 2011년까지 17선석을 늘려 56선석을 완비할 예정이다. 싱가포르항도 파시르 판장지구 개발 등을 통해 2009년까지 26선석, 2010년 이후 23선석 등 모두 49선석을 확대해 모두 86선석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항도 현재 18선석 규모를 2010년까지 52선석, 2020년까지 28선석 등 모두 80선석을 늘려 98선석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상하이항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흥개발지인 푸둥(浦東) 지역 외해의 다샤오양산섬에 52선석을 갖춘 대규모 신항만을 건설, 연간 1,400만TEU 이상을 처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는 부산항을 현재의 5개 터미널 18선석에서 2011년까지 48선석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장차 중국에 50선석, 싱가포르에 38선석, 홍콩에 8선석씩 뒤져 3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과감한 시설투자 이뤄져야=국내 수출입물동량 처리도 곤란한 상태에서 우리나라 항만이 동북아의 허브포트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1년까지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현재의 718만TEU에서 3,003만TEU까지 늘려야 다른 항만과 대결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한다면 컨테이너 하역능력은 1,887만TEU에 그친다. 이를 위해서 투자우선순위를 조정, 당초 예정된 26조원의 항만 투자규모를 37조원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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