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지역 부자들의 자산이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처음으로 유럽부자들의 자산 규모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백만장자 숫자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지난해에는 경기회복으로 위기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가 공동 발행한 '세계 재산 보고서'(World Wealth Report)를 인용, 지난 2009년 현재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백만장자들의 재산 합계가 9조7,000억달러로 유럽지역(9조5,000억달러) 보다 2,000억달러 더 많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부자들의 재산규모가 유럽 부자들의 재산을 앞지른 것은 지난 96년 이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아시아 지역의 백만장자는 모두 300만명으로 유럽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지역 백만장자들의 재산 규모는 10조7,000억달러로 전년보다 18% 증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북미 지역의 백만장자는 모두 31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는 전세계 71개국의 부호들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진행했으며, 백만장자의 기준은 거주용 주택을 제외한 순금융자산을 기준으로 100만 달러 이상이다. 보고서는 "아시아 지역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난 것은 중국, 인도, 홍콩 등 신흥시장의 주식과 채권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의 닉 터커 웰스 매니지먼트 영국부문 대표는 "아시아 지역은 이제 부자들의 숫자와 재산규모가 유럽과 맞먹는다"며 "이는 단순히 거품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지역의 백만장자는 지난 2008년 14.8%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25.8% 늘어났다. 특히 인도와 중국이 각각 51%와 31% 급증하며 이런 증가세를 이끌었다. 아시아 지역만 지난해 경기회복세의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전세계 백만장자들은 총 1,000만여명으로 전년(860만명) 보다 17.1% 늘어났다. 이들의 재산 규모도 모두 39조달러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또한 재산이 3,000만 달러 이상인 갑부들도 전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백만장자의 수는 국가별로 미국(287만명), 일본(165만명), 독일(86만명), 중국(47만명), 영국(44만), 러시아(11만명), 인도(12만명) 등의 순 이었다. 경기 회복흐름은 투자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백만장자들은 지난해 주식 및 채권투자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투자비중은 29%로 증가했고, 채권투자 비중도 전년의 29%에서 31%로 올라갔다. 반면 예금 및 현금보유 비중은 전년의 21%에서 17%로 감소했다. 부동산투자의 경우 18%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거용 부동산의 비중은 증가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감소했다. 메릴린치의 라일 라모테 웰스 매니지먼트 미국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은 수익추구를 위해 증시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