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본격 침체 국면에 접어든 지난 2000년 초부터 안전한 자산인 채권에 몰려들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3년여만에 주요국 증시로 물밀 듯 밀려들고 있다.
이 같은 거대 자금 이동은 전세계적인 채권 버블론이 불거지며 물꼬를 트더니 최근에는 미국, 일본의 경기 회복 조짐에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호전 기대감이 가세하면서 더욱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서비스지수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예상 밖으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혼미를 거듭하던 미국 경제가 아랫목부터 서서히 나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 고수익 찾아 U턴=이번 세계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는 지난 수년간 세계 경기 침체기 동안 국채 등 안전한 자산에 웅크리고 있던 글로벌 자금들이 경기 회복 기대감과 맞물리며 고수익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미국, 일본 등 주요 주식시장이 3년여의 침체장을 벗어나는 등 상승 기류를 타면서 이 같은 자금 순환은 예측됐었다. 그러다 지난 주부터 주요 시장의 채권 가격 급등으로 채권시장 버블론이 확산되면서 자금 대순환이 본격화된 것.
뮤추얼펀드 동향 조사기관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채권 시장 활 황이 시작된 지난 2001년 이래 미국의 신규 채권 투자자금은 주식 투자자금의 12배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채권 편중 포트폴리오가 주식쪽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상황을 반영, 미 투자 은행들은 고객들에 보내는 투자 보고서에서 앞으로 채권 가격이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잇달아 `셀 본드(Sell Bond)`를 외치고 있다.
◇부동산 자금도 주식시장 유입 조짐=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미 모기지 금리(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 6월부터 3년 만에 상승 추세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 6월 11일 5.06%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 2일에는 5.23%까지 올랐다. 모기지 금리가 이처럼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미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시작한 지난 2000년 초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부동산 버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활황세를 탔던 부동산 시장 유입 자금이 금융 비용 상승 부담으로 한풀 꺽이며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들어 나스닥 지수 급등에서 보듯 기술주를 중심으로 기업 수익 호전 기대감이 확산되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 경제 회복 여부가 랠리 지속의 관건=그렇다고 주식시장 전망이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최근 장세는 그 동안 과도하게 편중돼 있던 채권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나타나는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앞으로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는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이 뒤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쏟아지고 있는 경제 지표는 혼란스럽다. 소비 심리와 서비스업종은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얼어붙은 기업투자는 해동의 기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경제 회복의 결정적 지표인 실업률이 지난 6월 6.4%로 9년 내 최고치를 나타내 경기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는 초저금리, 재정 투자 확대 등 경기 부양을 위한 모든 카드를 내던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수 천억 달러 감세안도 하반기 경기 상승을 이끌 수 있을지, 이끈다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