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복무 가산점제보다 더 이상한 대학 학점인정제

국방부가 재학 중 입대하는 대학생에게 군복무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군복무 학점인정제'는 사격·유격 등 군사훈련을 점수화해 대학 교양과목 학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군사훈련 이수로만 9학점이 인정되고 인터넷 등으로 원격강의까지 수강할 경우 최대 12학점을 더 취득할 수 있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군복무 중 20학점 안팎을 딸 수 있어 6개월 빨리 대학 졸업이 가능하다. 군복무자들이 학업 및 경력 중단, 취업 지연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어 사회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도입 취지다.

대학생들의 학력·경력 단절을 줄여줌으로써 사회 조기진출을 돕고 군생활도 보람차게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문제는 대학에 가지 못한 고졸 이하 학력자나 장애인·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계는 벌써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폐기된 군가산점제를 편법으로 추진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병역을 마친 채용시험 응시자에게 3~5%의 가산점을 주는 군가산점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군가산점제의 예에서 보듯 아무리 취지가 옳더라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면 정책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없다.

국방부는 학점은행제나 취업 후 경력인정 등의 방안으로 불공평한 요소를 보완할 방침이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이다. 공청회 등을 통해 여성계나 장애인단체는 물론 대학·산업계 등과 더 논의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뭐가 좋은 방법인지 공론화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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