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배당 미끼 1조6,800억 피해유사금융 피해사례…20만명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유사금융사 피해사례를 보면 불법 사설금융사들이 정부의 그물망 단속을 비웃듯 여전히 판을 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법도 더욱 다양화돼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고단수들이 동원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고 연속되는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 금융기관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는 틈을 타 사설 금융사들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커졌음을 엿볼 수 있다.
◇독버섯처럼 퍼지는 유사금융사
정부는 지난해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유사금융사들이 활개를 치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자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등 대처에 나섰다.
퇴직자·노약자등 주타깃
단속피해 수법도 다양화
보상안돼 투자자 주의를
그러나 사설 금융사들은 비웃었다. 경찰 단속이 심해질수록 범죄수법이 다양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 이에 따라 사법당국이 공식 집계한 유사금융사 피해자는 지난 6월까지 20만명을 넘어섰고 피해액도 1조6,848억원에 달했다.
비공식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를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이보다 두배 이상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양해지는 사기수법
지난해 월 1.5%의 고리를 보장하겠다며 1,200억원을 모집했던 삼익파이낸스.
당국의 단속으로 부도를 낸 이 회사는 이름을 삼익캐피탈로 바꿨고 불법 수신행위를 다시 시작, 예치자들에게 초기 연도 연 24%, 다음해 36% 등의 이자를 지급하며 2년간 분할해서 갚겠다고 약속한 채 모든 재산을 빼돌렸다. 피해규모는 약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리아 U.S.A.I」라는 회사는 미국 선진기술을 도입, 태양광선을 이용한 특수 보일러를 발명했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 다단계 방법으로 주식을 팔아 1,628명으로부터 35억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
「에드뱅크」도 올들어 4개월 동안 컴퓨터 조립판매 및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투자, 15일 내지 60일에 7~25%를 지급하겠다며 투자자 750명으로부터 16억7,000만원을 끌어들였다.
금감원은 이들 사례처럼 최근들어 유사금융사들이 펼치는 다기능 사기수법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해 공개했다. 유사금융사들은 우선 삼익처럼 이미지가 나빠진 「파이낸스」라는 상호 대신 「인베스트먼트·컨설팅·캐피탈·투자금융·엔젤클럽」 등의 외국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유사금융사의 전례수법인 고금리 또는 고리 확정배당금을 약속하는 행위도 게속되고 있다. 은행 이자가 7%대에 머물러 있는 데 비해 이들은 3~4배 높은 이자(배당금)를 준다고 속인다.
일부는 연 40~60%에 달하는 배당금 지급을 약속하거나 코스닥 등록예정이라고 하며 주식을 대신 교부하고 있다. 고리를 내세우면서도 투자원금 100% 보장이라고 속이며 예금부분보장제 대상인 제도권 금융기관보다 안전하다고 속였다.
유사 금융사들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가 걸핏하면 투자설명회를 가진다는 점이다. 벤처기업 투자나 온천개발, 원양어업사업 등 「무늬만 벤처투자」 형태를 상습적으로 일삼는다. 피라미드 형태의 수신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40~50대 가정주부들이 모집책으로 퇴직자·노약자들이 그 대상이다. 유치액의 2% 정도를 성과급으로 준다고 꼬드긴다. 유사금융사들은 특히 제도권 금융기관보다 호화롭게 사무실을 차려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
◇피해는 투자자 몫
유사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을 수 없다. 고객으로부터 모집한 자금의 약 70%를 배당금이나 수당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사업을 통한 고수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도산 가능성도 높다.
자본금이 5,000만원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돈을 떼먹고 다른 곳에서 다시 불법행위를 계속할 수 있다.
정부는 유사금융사들이 이같은 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어한다는 의지 아래 「사이버 단속」에 나섰다. 금감원의 홈페이지에 고객이 유사금융사를 식별할 수 있는 서비스(WWW.FSS.OR.KR)를 이달 하순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설 금융사들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정부보다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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