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배 "北 캐디들 마음씀씀이 최고였죠"

평양 女오픈 우승


“페어웨이가 러프 같아서 골프장 수준은 좀 떨어졌지만, 캐디들의 마음은 감동적 이었어요.” 평양여자 오픈에서 우승하고 30일 돌아온 송보배(19ㆍ슈페리어ㆍ사진)는 난생 처음 돌아 본 평양 골프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페어웨이와 러프가 별 차이가 없이 잔디가 무성해 사흘 내내 러프에서 친 것 같고 무엇보다 그린이 너무 느려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코스에 대한 총평. “10m쯤 되는 퍼팅 거리라면 20m라고 생각하고 스트로크해야 겨우 홀 근처에 갈 정도였다”며 그린 스피드에 대해 말한 송보배는 “빨리 평양 골프장 그린 스피드를 잊고 2일부터 열리는 로드랜드컵 대회 코스에 빨리 적응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페어웨이도 고르지 못해 볼이 아스팔트 위로 튀어 가듯 굴러갔다고 한다. 하지만 캐디들의 마음씀씀이는 “최상”이었다는 것이 송보배의 말이다. “거리나 그린 라인을 읽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무거운 선수용 캐디 백을 들고도 불평 한마디 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것.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코스였는데 단 한번도 선수들보다 뒤처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송보배는 “괜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싶어 얘기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19살부터 21살까지로 비슷한 또래라 더 정이 느껴졌다”고 했다. 또 “내 백을 맸던 캐디는 우승자와 함께 라운드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꽤 감격스러워 했는데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와서 너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우승을 하면 캐디에게 상금의 일정부분을 떼어 주게 마련이지만 관계자들이 주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그냥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와 함께 송보배는 “평양 골프장에는 3개의 그늘 집이 있는데 간단한 과자와 음료수, 물 정도를 팔았다”며 “북한 제품은 배맛, 포도맛 사이다 정도였고 과자와 콜라 등은 중국제품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들도 굿 샷, 나이스 등 영어도 곧잘 썼고 클럽에 대한 이름 등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많이 개방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가운데’를 ‘중심’이라고 말하고 ‘괜찮다’를 ‘일 없다’고 하는 등 용어의 차이는 있었지만 못 알아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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