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정모(34)씨는 선거일인 11일 오전9시 출발 비행기를 타고 세부로 3박5일간의 여행에 나선다. 정씨는 "선거 때문에 분위기가 들떠 업무에 집중이 잘 안 되다 보니 회사에서 목ㆍ금요일 휴가 쓰기를 권유했다"며 "투표를 못해 다소 죄책감이 들지만 모처럼의 연휴를 놓치기는 아깝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뜨거운 선거 열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은 많았다. 아직도 선거일을 '노는 날'로만 인식하는 유권자들로 인해 항공ㆍ레저업계의 경우 선거 특수를 톡톡히 누릴 정도다.
3박4일 또는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해외 지역을 잇는 항공 노선도의 예약률은 평소 대비 5~20%가량 높아졌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세부, 부산~홍콩 노선 등의 예약률이 90~94% 수준으로 다른 때보다 10~20%가량 높아졌다"며 "아무래도 선거공휴일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10일 밤부터 선거일인 11일 오전 홍콩ㆍ베트남ㆍ필리핀 등으로 출발하는 동남아 노선의 예약률이 87%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가량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중국 취항 노선 예약률도 전년 같은 기간 74%에서 81%로 7%가량 늘어났다.
○여행사 관계자는 "선거공휴일 덕에 이틀 정도만 휴가를 내면 동남아 지역은 어디든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나온다"며 "직장인을 중심으로 선거일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려는 문의가 꽤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국 골프장도 주말 못지않게 몰린 예약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근교 골프장의 경우 선거 당일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전 경기 시간의 예약이 완료됐다. S골프장 예약 관계자는 "골프는 요즘이 성수기이다 보니 특히 더 예약이 몰린 것 같다"며 "선거 당일 오전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온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제주 등으로 원정골프를 나서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제주시에 위치한 L골프클럽의 한 예약 담당자는 "보통 수요일은 50~60팀 예약이 잡혀도 많은 편인데 이번 선거일에는 80팀 이상이 사전 예약을 했다"며 "이 중 절반가량은 외지인인데 첫 경기 시간인 오전7시부터 골프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측은 "선거일이 휴일과 가까울수록 휴가를 내 길게 쉬려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수요일을 선거일로 정했다"며 "연휴 분위기를 내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투표는 국민의 권리인 만큼 반드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투표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