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깃털의 실세 의혹… 진상 밝혀야”/신한국당 “물증 제시 안할땐 야요구 불응”17일 제183회 임시국회가 개회됨에 따라 한보의혹 사건은 국회로 일단 넘어가게 됐으나 한보의혹 국정조사에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증인으로 선정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파란이 예상된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이날 상오 일주일만에 당무에 복귀한 김대중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부회의 직후 『검찰이 김현철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은 김씨에 대한 의혹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통과절차에 불과한 만큼 PK(부산·경남)검찰의 편파·조작수사에 협력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대통령 측근과 현철씨, 청와대 비서실과 관계인사 및 신한국당내 대선주자들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정대변인은 이어 『김씨는 검찰에 나갈 게 아니라 이제 한보사태에 관한 국회 청문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언급, 김씨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박상천 총무도 이날 『지난 12일 총무회담에서 채택한 국정조사 증인기준중 「한보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조사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있는 자」 등에 김씨가 해당될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보다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수집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측은 자신을 「깃털」에 비유했던 홍인길 의원 등이 검찰에서 「실제 실세는 따로 있다」며 그 명단을 폭로했다는 설 등이 나돌고 있는 것을 볼 때 반드시 김씨가 증언해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신한국당측은 명백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야권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계속 대여공세의 일환으로 김씨의 증언을 요구하면 「국민회의 김총재가 권로갑의원이 한보 돈을 받았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설이나 김총재의 아들 홍일씨에 대한 여러가지 설을 제기하는 등 맞불작전을 전개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여야의원 2백77명이 서명한 국정조사요구서가 보고되면서 사실상 발동된 한보 국정조사권은 특위구성이 완료된 뒤 소위를 구성, 조사계획서 작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증인선정 문제가 특위 전체회의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아 김씨 등 한보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을 증인으로 명시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특위의 본격 가동이 시작될 오는 24일께까지도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증인선정과 관련한 시간허비를 감안, 국민회의 등 야권이 김씨를 증언대에 세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실제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여권내 대권주자들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김씨를 물고늘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어 증인채택 문제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은 또한 황장엽 비서 망명사건과 이로 인해 파생된 이한영씨 피습사건이 공안정국으로 이어져 한보의혹 사건이 희석되지 않도록 한보 국정조사의 TV생중계에 당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신한국당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국내외 정세변화에 따른 경제회생과 안보태세 강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 한보정국으로부터의 탈피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양정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