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배짱 좋은 구리

제3보(31∼49)


<참고도1>

<참고도2>

구리는 그 행마가 당당하고 공격은 정공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창하오와 닮았다. 포석에 능하다는 점에서도 창하오를 닮았다. 생김새도 마찬가지. 헌헌장부의 풍채를 지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배짱이다. 창하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우유부단하여 새가슴이라는 놀림을 받은 바 있지만 구리는 소년 시절부터 배짱 좋기로 수문이 났던 사람이다. 흑31로 점잖게 한칸 뛰어놓고 보는 구리. 평범하고 당당한 이 행마는 구리의 특징이다. 상하의 백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이세돌의 백32는 정수. 바로 이 자리를 역으로 흑에게 허용하면 백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흑33으로 붙여간 것은 구리의 배짱이다. 어디 한번 이 한 점을 잡으려면 잡아 보라는 응수타진인데 오늘의 이세돌은 너무도 신중하고 고분고분하다. 백34로 물러서고 백36으로 군말 없이 보강하고 있다. 역시 정수였다. 백34로 참고도1의 백1에 차단하면 흑은 2로 내려설 것이다. 백은 3으로 잡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흑4로 크게 씌워버리면 백대마가 위험하다. 흑37은 아래쪽 백더러 어떻게 살겠느냐고 묻고 있다. 이세돌은 백38과 40을 노타임으로 두어놓고 5분쯤 뜸을 들였다. 그 사이에 타이젬 생중계실의 온소진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13을 소개했다. "이렇게 살면 깔끔하긴 합니다. 다만 흑의 포위망도 완벽하게 됩니다."(온소진) 이세돌은 백42,44로 버티었다. 구리는 49로 배짱 좋게 끊어 노골적인 공격의지를 보였는데….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