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반직 전환 시험 붙자"

기능직 공무원들 열공 모드


정부부처에 때아닌 학업 열풍이 불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사무관이나 공무원 교육원에 파견 나가는 고위직 얘기가 아니다. 음지(?)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기능직 공무원들이 시험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학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이들이 공부 열기에 빠진 것은 오는 10월24일로 예정된 일반직 전환시험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기능직 공무원 처우개선책을 발표하며 앞으로 3년간 중앙부처 기능직 중 최대 5,000명을 특채 전환시험을 통해 일반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채 대상은 기능직 4만명 중 사무보조원 1만명. 이 중 15%가 올해 일반직으로 전환된다. 기능직은 일반직과 급여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해온 게 사실. 소속 과ㆍ팀에서 각종 서무행정을 비롯한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승진 기회에서는 철저히 외면됐다. 사무보조원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업무 전산화로 장ㆍ차관까지 직접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면서 '타자수'였던 이들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경우 사무보조원 기능직 130명 대부분이 올해 일반직 전환시험 준비에 나섰다. 행정학개론 강의로 유명한 K모 강사의 인터넷강의를 단체로 신청해 듣고 있고 일부 '학구파'는 주말에도 학원에 나가 무더위 속에 하루 5시간짜리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재정부 기능직 공무원 방모씨는 "20년간 근무하면서 한 번도 일반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해보지 못해 기대가 크다"면서도 "시험공부 경쟁에 익숙치 않아 평소 친하게 지내온 동료가 경쟁자가 된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대비 학원도 특수맞이에 한창이다. 노량진ㆍ신림동의 유명 공무원 학원들은 다음주 전환시험 특강을 열 계획이다. 일부 학원들은 출근 시간에 맞춰 과천청사에 나와 전환시험에 대한 강의를 알리는 전단지를 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7월 초부터 전환직 시험에 대한 문의가 잇따른다"며 "120명 규모로 주말반을 운영할 예정인데 호응이 좋을 경우 클래스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