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건립 '삐걱'

부지 부실논란·본사위치 결정 싸고 갈등 지속
유치지역 지원사업도 지지부진… 주민 불만


경북 경주에 건립중인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이 부지조사의 부실논란에다 본사 위치 결정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안팎의 내홍과 맞물려 경주지역에 지원 예정인 '방폐장 지원사업'도 지지 부진해 주민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17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경주 방폐장 부지에 대한 부지 안정성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방폐장 건립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5개 환경단체는 지난 14일 '경주 방폐장 부지조사 결과 분석'을 골자로 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중ㆍ저준위 방폐장은 최소 300년 이상 지진이나 기타 자연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되어야 하므로 역사지진 기록을 검토해야 하는데, 역사지진 기록을 통해 해당 부지는 300년 이내에 방폐장의 내진설계를 넘어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제기된 부지조사 부실 논란이 2라운드를 맞은 셈이다. 이들은 이날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리한 사업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지하수 유동모델링 분석 보고서 원본과 처분동굴 인근에서 조사한 시추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해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옮길 예정인 본사 위치와 관련, "본사 부지는 경주 도심권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당시 "양북면 장항리 본사 이전 부지는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방폐장특별법 위헌제청 제기 및 불복종 운동, 방폐장 반납운동을 전개하고 임시 이전 강행시에는 정부와 사측, 경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문제는 그러나 지난달 31일 정수성 국회의원과 백상승 경주시장, 김종신 한수원 사장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수원 본사 위치를 최초 결정지인 양북면 장항리로 확정했다"고 발표해 일단락됐지만 노조의 반발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방폐장이 건설 중인 경북 경주에 시행되는 유치지역 지원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확보된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비는 전체 55개 사업 3조4,350억원 가운데 5,489억원으로 16%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국비 지원은 전체 2조5,109억원 가운데 3,463억원으로 13.7%에 불과했다. 또 55개 사업 중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사업은 27개에 불과한 반면 추진되지 않고 있거나 부진한 경우는 28개로 절반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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