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자유무역 뒤에선 빗장 거나

FTA 발효됐는데… 美, 삼성·LG냉장고에 반덤핑 관세
상무부, 최고 30% 부과… 한국산 세탁기도 조사 중
자국산업 보호에 적극 공세
FTA 효과 반감 우려 "정부·기업 적극 대응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상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결정이 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15일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된 후 겉으로는 양국 간 관세철폐 등 우호적인 무역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뒤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통상전쟁이 치열한 셈이다.

◇FTA 발효에도 자국산업 보호=미국 상무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삼성과 LG의 한국산 반덤핑 관세율을 각각 5.16%와 15.41%로 정했다. 상무부는 멕시코산에는 15.95%와 30.34%를 적용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하단냉동고형 냉장고 수출실적은 무려 12억달러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다음달 중 회의를 열어 이들 업체의 관세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정 결과는 월풀사의 주장만 받아들여진 결과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며 "미 수출 제품의 미국 현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국내보다 저렴한 때만 잡아 조사에 일관성과 객관성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반덤핑 관세 카드 계속 꺼낼까=이번에 문제가 된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의 당초 미국 관세율은 0%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측이 우리나라 제품의 덤핑으로 자국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적으로 반덤핑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반덤핑 관세는 특정 기업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값에 수출해 수입국 관련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부과한다. 한미 FTA에도 반덤핑 관세는 부과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측은 삼성과 LG의 세탁기에 대해서도 덤핑 여부를 조사 중이다. 미국이 수입 세탁기에 부과하는 관세는 1.4%로 한미 FTA 협상결과 10년에 걸쳐 이를 철폐하기로 했다. 미국은 또 효성 등이 제작한 산업용 변압기의 덤핑 여부도 따져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FTA에 따른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이 반덤핑 관세 카드를 제멋대로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FTA에 따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부ㆍ기업 적극 대응 나서야=FTA 체결에도 통상 분야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KOTR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0일부터 일부 한국산 강철 로프와 케이블에 반덤핑 관세 60.4%를 매기고 있다. 중국산이 한국을 거쳐 EU로 우회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한ㆍEU FTA는 지난해 7월 발효됐지만 자국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여러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현 정권이 노동자 등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인데다 선거도 앞두고 있다"며 "FTA 체결에도 통상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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