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稅收)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가 고갈된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책기관을 통해 임시로 돈을 융통한 뒤 추가경정예산 등을 편성한 후 이를 메워주는 편법적인 재정운용 방식을 검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은 보증재원이 구멍날 위기에 처한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 가량을 우선 차입해 사용한 뒤 추경이 편성되면 이를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지방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농업기반공사에 오는 8~11월께 3,000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원금상환과 이자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편법적인 재정지출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세수 징수실적이 29조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22%를 기록한데다 한은 차입금과 재정증권 발행 등으로 빌려 쓸 수 있는 한도액 18조원을 전부 앞당겨 쓰는 등 재원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월께 편성할 계획인 2조~4조원 규모의 추경의 경우도 전액 적자국채 발행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철환 재경부 국고국장은 27일 당정협의에서 “추경이 확정되면 그 규모만큼 적자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최근 몇 년 사이 적자국채를 남발한 데 뒤이은 것으로 재정건전성을 급속히 해칠 우려가 있는데다 시중금리를 올리는 부작용이 잠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당정협의 당시에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적극적인 추경편성 방안을 논의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기왕에 추경을 편성하려면 조기에 많은 규모로 할 필요가 있다”며 “시일이 늦어질수록 정상적인 재정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