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기지개 켜나

낙폭과대로 저가매수 유입
우리스팩 등 일제히 올라


후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ㆍSPAC)이 잇따라 부진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장돼 과도하게 하락한 스팩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올해 말부터 기업 인수합병(M&A)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투자자들의 주목을 다시 한번 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히든챔피언스팩1호는 상장 첫날 2.06% 하락한 1,900원에 마감했다. 히든챔피언스팩1호는 공모가(2,000원)보다 낮은 1,94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장 한때 4.12% 급락하며 1,860원까지 떨어졌다가 오후에 낙폭을 다소 줄였다. 히든챔피언스팩1호는 공모주 청약 당시에도 경쟁률이 0.66대1로 부진해 스팩 사상 처음으로 청약미달 사태를 겪었다.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조차 상장 첫날 장외매도로 지분율을 낮춰 동부자산운용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벌였지만 시장 분위기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 일반투자자 청약일정을 취소하고 계획 일체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하지만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날 미래에셋스팩1호(5.03%), 현대증권스팩1호(2.76%), 대우증권스팩(1.58%), 신한스팩1호(1.73%), 동양밸류스팩(1.70%), 우리스팩(1.06%) 등 상장된 스팩들은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스팩 상장 초기에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면 현재는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스팩의 경우 공모금액의 95%를 신탁계정에 예치하는 만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매입해두면 안정적인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장기투자라는 전제가 붙지만 성장성 높은 기업 M&A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올해 말 설립 1년을 맞아 기업합병이 가능해지는 스팩이 M&A에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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